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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97) 제25화 부흥시대 107

‘백화점에도 손님이 얼마 없겠구나’

기사입력 : 2020-03-23 08:11:24

이재영도 그 점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었다.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사업에서 가장 중요했다.

김연자는 그 점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쌀 7천석을 매입하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김연자는 이재영의 지시로 항상 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자금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는지 알아 봐.”

이재영이 김연자에게 지시했다.

“네.”

김연자가 고개를 숙였다. 사장들이 모두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이재영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결정은 이재영이 해야했다. 대구에 있는 쌀 7천석은 엄청난 양이다.

이재영은 미월과 영주에게도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부산 요정의 자금까지 동원해야 했다.

시국이 어수선하여 쌀값이 안정되지 않고 있었다. 한 번 오른 쌀값은 절대로 내려가지 않는다. 지난 봄에는 쌀값이 폭등하여 농림부장관이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거리는 한 두 사람이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오가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 거리가 텅텅 비어 있었다.

‘백화점에도 손님이 얼마 없겠구나.’

한파가 몰아쳐 백화점이나 요정 모두 손님이 떨어질 것이다.

‘내일 대구에 가려면 고생들을 하겠구나.’

조삼식과 이성식이 대구에 다녀와야 하는 것이다. 조삼식은 나름대로 미곡 쪽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이재영은 퇴근을 하자 미월의 요정으로 돌아왔다.

“형님.”

류관영이 방에 앉아 식사를 하다가 일어났다.

“앉아.”

미월은 류관영과 마주앉았다. 미월이 따뜻한 밥과 반찬을 새로 들여왔다.

“그래. 불편한 것은 없나?”

“없습니다. 여기 사장님이 너무 잘 대접을 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류관영이 미월을 살피면서 말했다. 미월이 기분 좋은 듯이 웃었다.

“한 잔 받아.”

이재영이 류관영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감사합니다.”

류관영이 잔을 비우고 이재영에게 건넸다. 이재영이 잔을 받자 미월이 술을 따랐다.

“좋은 술이네.”

이재영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미월에게 말했다. 미월이 지난 여름에 담근 매실주였다.

“귀한 손님이 오셨잖아요? 오라버님 같아요.”

미월이 류관영을 보면서 웃었다.

류관영이 미월보다 나이가 훨씬 많기는 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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