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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99) 제25화 부흥시대 109

“그 자는 사기꾼이오”

기사입력 : 2020-03-25 08:02:42

미월이 옆에서 생선을 발라서 이재영의 밥숟가락에 놓아주었다.

류관영의 전화가 끝났다.

“형님, 군산의 미곡상은 장태우라고 합니다.”

이재영은 군산의 미곡상 조덕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산에서 받은 그의 명함을 갖고 있었다.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서울 프린스 백화점의 이재영입니다. 지난 번에 부산에서 한 번 뵈었지요. 부흥단 일로…….”

“아이고 오래간만입니다.”

조덕구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날씨가 몹시 추운데 어떻게 지내십니까?”

“덕분에 무탈합니다.”

“언제 서울에 한 번 오십시오. 우리 백화점도 구경시켜 드리고… 부흥단 일도 논의하고요. 거하게 대접 하겠습니다.”

“하하. 고맙습니다.”

문득 신문에서 본 조덕구의 선행이 떠올랐다. 군산의 미곡상 조덕구가 겨울이 닥치자 고아와 과부들을 위해 쌀 1백석을 내놓았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번에 쌀 1백석을 내놓았다는 신문기사도 봤습니다. 아름다운 미담이더군요.”

“하하. 부끄럽습니다.”

“저도 어르신을 본받아 한 50석 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일이지요. 아주 좋은 일입니다.”

조덕구가 유쾌하게 웃었다.

“실은 궁금한 일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군산의 미곡상 중에 장태우라는 사람이 있습니까?”

“장태우요? 그 자는 미곡상이 아니라 사기꾼이오. 혹시라도 그 사람하고 계약 같은 것은 절대로 하지 마시오.”

조덕구가 단호하게 말했다.

“혹시 그 사람이 공비의 총에 맞아 죽었습니까?”

“총에 맞아요? 하하. 멀쩡합니다. 오늘 점심 때도 군산의 한 음식점에서 보았습니다. 본인이 죽었다고 합니까? 하하….”

조덕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서울에 꼭 한 번 오십시오.”

이재영은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군산의 미곡상이 어떻게 되었다고 합니까?”

류관영이 물었다. 미월도 궁금한 표정으로 이재영을 쳐다보았다.

“멀쩡하게 살아있다고 하네. 그 놈은 사기꾼이라는 거야. 암만해도 대구에 있는 중개업자가 걸려든 모양이야. 대구 고리대금업자와 짠 것 같아….”

“그럼 어떻게 하지요?”

“대구에 쌀이 있는 것은 확실한가?”

이재영이 류관영을 똑바로 응시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