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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벚꽃 향연- 조윤제(정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20-03-25 20:23:25

벚꽃을 보면 항상 마음이 설렌다. 마음만 그런게 아니라 겨울을 잘 벼텨낸 보상같은 행복감도 느끼게 한다. 꽃망울 터트리려 몽글몽글 모여 있는 모습이 그렇고, 뽀얀 잎 살며시 고개 드는 모습이 그렇다. 한 몸에서 피는 수십만 꽃송이는 ‘화사한 봄날, 내가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심어준다. 꽃비는 절정이다. 바람에 한닢 한닢 떨어지는 꽃비는 봄에만 불어닥치는 장맛비다. 맞아도 맞아도 옷이 젖지 않는 벚꽃 장마다.

▼어릴적, 벚꽃이 일본의 국화(國花)라는 말을 듣고 벚꽃을 미워한 적이 있다. 그토록 싫은 일본의 국화가 벚꽃이라니…. 하지만 어리석은 그 감정. 벚꽃이 일본의 국화면 어떻고 아니면 어떻나. 이 땅의 벚나무는 우리와 함께 했고 찬란한 몸체로 한없는 위안을 주는 것을.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사죄하듯 치유의 미소를 보내는 것을. 하지만 나중에 알았지만 일본에는 국화가 없다. 다만 일본사람들이 벚꽃(사쿠라)을 좋아해 많이 심는다고 한다. 그래서 일제는 점령지 진해에 벚꽃을 심었던 모양이다.

▼올해 벚꽃 구경은 내년으로 미뤄야겠다. 진해시내 곳곳에 심겨진 벚나무 36만그루의 꽃향연을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창원시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차원에서 진해 벚꽃 명소 대부분을 통제했다. 로망스 다리가 있는 여좌천 데크로드 양방향과 제황산 공원, 경화역 일대는 사람은 물론 차량도 전면 통제했다. 벚꽃비 내리는 안민고개도 전구간 차량통행을 막는단다.

▼어쩔까 고민이다. 겨울을 잘 견뎌낸 보상을 받기 위해 벚꽃 보러 갈까, 아니면 눈 딱 감고 올해 벚꽃은 건너뛸까. 나 하나 쯤이야 하고 방심하면 자칫 코로나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마음과, 차로 달리면 20분 거린데 살짝 다녀 오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교차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재앙같은 이 사태를 모두 함께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동네에서 벚꽃 향연을 즐기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조윤제(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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