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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해역- 이덕규

기사입력 : 2020-03-26 08:07:37

여자하고 남자하고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있다네

하루 종일 아무 짓도 안 하고

물미역 같은

서로의 마음 안쪽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다네

너무 맑아서

바닷속 깊이를 모르는

이곳 연인들은 저렇게

가까이 있는 손을 잡는 데만

평생이 걸린다네

아니네, 함께 앉아

저렇게 수평선만 바라보아도

그 먼 바다에서는

멸치떼 같은 아이들이 태어나

떼지어 떼지어 몰려다닌다네


☞ 그날 모임은 취소되었습니다.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번개팅을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청정하다고 자신하는 사람만 나오라고 했습니다. 나는 나를 어떻게 청정하다고 자신할 수 있었을까요? 나는 그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었을까요? 그날 우리는 즐거운 티타임을 갖고 장복산 드림로드를 산책했습니다. 사실 고작 몇 명 되지는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모두 청정해역이었습니다.

세상은 드디어 보이지 않는 것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청정지역은 더욱 절실할 것 같습니다. 공간의 문제만이 아닌 사람간의 관계는 시험당하고 말 것입니다. 혼자일 때 나는 나를 잘 데리고 놀고 있습니까? 내 안의 청정지역을 돌보고 확장해야 할 때가 온 것임이 분명합니다. 유희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