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거부의 길] (1802) 제25화 부흥시대 112

“어째 나 같은 사람을 찾아왔소?”

기사입력 : 2020-03-30 08:14:02

점심 때가 되자 이재영은 사채업자 불곰이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명동으로 갔다. 그는 다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다방은 소설가, 시인, 화가들이 자주 와서 몇 시간씩 앉아 있다가 가는 다방이었다.

다방에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사채업자는 불곰이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체구가 작고 마른 체격이었다. 나이는 60대 초반으로 보였다.

“인사드립니다. 이재영입니다.”

이재영이 겸손하게 인사를 했다.

“오동식이오.”

오동식이 손을 내밀었다. 그는 현금을 많이 갖고서인지 거만해 보였다.

옷차림은 뜻밖에 허름했다. 작은 가방 하나를 갖고 있었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재영이 손을 잡아 흔들고 명함을 내밀었다. 이철규와 최인규도 인사를 하고 명함을 주었다.

“작은 성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재영은 시계를 그에게 주었다. 오동식은 시계를 흘깃 보고 이재영의 얼굴을 뚫어질 듯이 쳐다보았다.

“별말씀을… 프린스 백화점은 돈을 가마니로 긁어모은다는 소문이 있던데 어째 나 같은 사람을 찾아왔소?”

“하하. 말씀이 재미있으십니다.”

이재영은 커피를 주문하여 한 모금을 마셨다.

“요정도 여러 개 갖고 있고… 주지육림에서 지내는 진시황이 부럽지 않을 것 같소.”

오동식은 어쩐지 이재영을 비아냥대고 있는 것 같았다.

“절제하고 있습니다.”

이재영은 화를 내지 않았다. 이철규와 최인규가 건강은 어떠냐? 아드님이 판사라는데 얼마나 뿌듯하시냐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점심이나 합시다.”

오동식이 그들을 냉면집으로 안내했다.

‘이 추운 날씨에 냉면이라니….’

이재영은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냉면집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오동식이 수육과 비빔냉면을 주문했다. 소주도 한 병을 주문했다.

“나는 매일 반주로 소주 세 잔을 마십니다.”

오동식이 자기 잔에 소주를 따랐다. 이재영의 잔에는 따르지도 않았다.

“그렇습니까? 적당한 반주는 보약이지요.”

“얼마나 필요하오?”

소주를 한 모금 마신 오동식이 노골적으로 물었다.

“60만원입니다.”

살 한 가마니에 600원 정도 하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