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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거짓말 같은 날- 강지현(편집부 차장)

기사입력 : 2020-03-31 20:25:07

〈제법 안온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역병이 물러가고, 사람들은 서서히 일상을 되찾았다. 백신과 치료제도 개발됐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는 이제 가벼운 감기같은 존재가 됐다. ‘우리는 주저앉는 존재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슬픔을 안고 당당하게, 당연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 남궁인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이제 ‘시련을 극복하고, 때로는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에 봄을 빼앗겼던 그해, 코로나는 사람들의 일상도 앗아갔다. 무너지는 우리를 지켜준 건 추억이었다. 〈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 우리는 때로 추억에 기대어 위로받고, 때론 추억을 나누며 안도했다. ‘좋은 사람, 좋은 기억은 행복한 추억이 되어 나와 평생을 함께한다’ 김용일 작가의 말은 옳았다. 우린 그렇게 악몽 같은 시간을 버텨내며 일상의 소중함을 알아갔다.

▼‘세 끼 밥을 먹는 것, 별일 없이 일상을 사는 것, 그것은 사실 모두에게 소중한 일이기에 비로소 평범하다’ 일상에서 유쾌한 농담을 길어올리는 김하나 작가의 말은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반짝이는 일상의 완성은 사소한 농담일 수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은 분위기의 농담(濃淡)을 바꾸는 농담이다. 진담·덕담은 무겁고 잡담은 피곤하다. 험담·악담은 불편하고 괴담은 무섭다. 하지만 적절한 농담은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억세게 몰아친 코로나19 한파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가까운 사람들과 나눈 따뜻한 농담과 웃음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만우절이다. 가벼운 거짓말로 서로 속이며 즐거워하는 날.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를 과거형으로 쓴 이유다. 이 ‘행복한 거짓말’에 당신이 잠시 행복했으면, 오늘만큼은 이 실없는 농담에라도 실없이 한번 웃었으면 좋겠다. 거짓말 같은 이 글의 설정이 거짓말처럼 현실이 되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각 문단엔 책이 한 권씩 들었다. 주제는 일상을 지키는 키워드 사랑, 행복, 발상의 전환이다.

강지현(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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