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본지 신춘문예 출신 작가, 코로나 극복 시·시조 응원 ③ 이재성 시인

콜록, 감기였을까

기사입력 : 2020-04-02 08:22:06

세상사 다르게 날이 너무 좋았다

먼지 하나 없는 투명한 하늘

깊숙이 마셔보는 구름조각


물리적 거리 넘어, 콜록

단단한 목소리가 바스라진다

떨리는 소리로 당신은 말했다


그래, 그렇게 사는 것 아니겠어

너도, 그렇지?


마스크 사이로 힘내, 라는

한 마디가 위로가 되지 않을 때

기다리는 봄은 아직 오지 않는데

끊어진 전화길 한참을 붙잡고

지금, 이 순간 뒤늦은 고백


봄꽃은 바람에 휘날리고

아픈 일상 속 꿈결 같은 현실

마음은 자꾸만 당신을 찾는데

이러면 안 되는 자유


☞ 시인의 말

스쳐지나가는 감기였으면 좋겠습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혹은 잠시, 멈춤. 그 속에 물리적 거리를 넘어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지문을 들어 소중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따뜻한 위로가 희망이 되어 우리는 내일을 다시 살아갑니다. ‘극복’이란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평범한 삶을 복구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연결의 힘을 믿습니다. 힘든 현실에 자꾸만 당신이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어서 빨리, 마음에도 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201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유경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