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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신춘문예 출신 작가, 코로나 극복 시·시조 응원 ④ 임채주 시인

기사입력 : 2020-04-06 08:13:19

<텅 빈 일상>


마스크 열 한 장과 고이 접힌 손편지

파출소 앞 노란 봉투 다급히 놓고 갔다

따뜻한 익명의 몸짓 꽃망울로 부풀었다


저간의 안부들이 간절해진 이 계절

괴질의 공포 서린 삭막한 거리 위에

서로를 마주보면서 눈빛을 나누고 싶다


언 가슴 풀어내듯 환한 꽃 활짝 피어

손 놓은 텅 빈 일상 위로하고 있나니

사랑이 넘치던 거리 다시 일어설 거야


☞ 시인의 말

코로나19로 인해 유래 없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가슴을 졸이며 뉴스를 듣던 중 한 익명의 장애인이 마스크 11장을 파출소 앞에 두고 가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본인도 부족한 마스크를 누가 볼까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 훈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뭇 이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손수 마스크를 만들어 힘든 이웃을 돕고 있는 장면도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가 힘이 되어 이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최대의 과제입니다. 봄꽃이 화창한 이 계절에 도움의 손길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니 머지않아 이겨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빨리 이 사태가 지나가길 바라며 예전처럼 활기찬 거리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201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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