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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807) 제25화 부흥시대 117

“우리도 구경 가요”

기사입력 : 2020-04-06 08:13:34

김도겸은 삼일상회에 왔다가 간 뒤에 주눅이 들어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는 쌀값이 오르기만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쌀을 모두 인수하자 류관영이 말했다.

“수고들 했어.”

류관영과 이성식에게 쌀 관리를 철저하게 관리하라고 지시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은 아이젠하워 미국대통령 당선자의 한국 방문으로 떠들썩했다. 신문은 며칠 전부터 아이젠하워 이야기로 도배를 하고 한국인들은 흥분하여 그날을 기다렸다. 사람들이 두셋만 모이면 아이젠하워 이야기를 했다. 지상최대의 작전이라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그의 아들이 미군 소령인데 인민군에게 포위되었다가 탈출한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들이 무용담이 되어 떠돌았다.

‘아이젠하워는 2차대전의 영웅인데….’

이재영도 그가 기다려졌다. 그는 한국전쟁을 끝내려고 하고 있었다. 6.25 이전으로 되돌리려고 휴전회담을 하고 있었다.

‘전쟁 영웅이 공산당과는 싸우지 않으려는 것인가?’

이재영은 아이젠하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마침내 아이젠하워가 한국에 왔다.

그는 서울에 도착하여 이승만 대통령과 회담을 하는 일정에 들어갔다. 회담 뒤에는 전방을 시찰할 예정이었다.

“회장님, 우리도 구경 가요.”

아침을 먹을 때 영주가 이재영을 졸랐다.

“구경?”

“오늘 우리 대통령과 회담을 한다잖아요?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가고 있어요.”

밤에 영업을 한 기생들과 미월은 자고 있었다.

“그래.”

이재영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행렬을 보고 싶었다. 영주는 내일이면 부산으로 돌아가야 했다. 오늘은 영주와 함께 지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재영은 영주와 함께 거리로 나갔다.

거리는 사람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몰려나와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곳곳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누어주고 경찰의 감시가 삼엄했다. 경찰은 약 1만명이 동원되어 경호를 한다고 했다.

이재영은 태평로에서 기다렸다. 태평로도 인파로 길이 메워져 있었다.

서울 인구가 피난민까지 200만에 불과했는데 100만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아이젠하워는 한국인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면서 경무대로 향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경무대에 돌아와 있었다.

“회장님, 내가 미국 대통령을 보게 될지 몰랐어요.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영주가 한복을 입고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면서 말했다.

“그러네. 인산인해야.”

이재영도 인파에 묻혀 감탄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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