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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신춘문예 출신 작가, 코로나 극복 시·시조 응원 ⑤ 유행두 시인

두더지 게임하는 봄

기사입력 : 2020-04-09 08:01:54

기름 값 오르고 뿅 쌀값 오르고 뿅 헐떡헐떡 부동산이 뿅 아래층에서 바퀴벌레 올라오고 뿅 앞집 남자 바람나고 뿅 때리기도 전에 뿅 올라가고 뿅 빗나간 뿅 망치가 뿅

세상에는 때릴 것이 너무 많아

웃을 준비도 안 됐는데 꽃이 환장하고 뿅! 목련이 뿅! 개나리가 뿅! 벚꽃이 뿅! 뿅! 뿅! 어쩌자고 뿅! 한꺼번에 뿅! 뿅! 올라오고 뿅! 뿅! 횟집 수족관에 뿅! 숭어도 뿅! 따라서 뿅! 뿅! 튀어 오르고 뿅! 뿅!

맞지 않아도 저절로 내려가는

증권회사 뿅, 파란 불이 뾰옹, 올라오고 뾰옹…뽕,

탱자나무 울타리에 찔린 봄이 뾰옹, 기운 없이 올라오다 뾰옹, 구멍 속을 파고드네 뾰…옹… 게임 끝난 점수판에 뾰옹… 뻘건 불이 뾰오옹… 깜빡이고 뾰옹… 뾰옹… 뾰옹…뽕.


☞ 시인의 말

만만찮은 바이러스 녀석과의 전쟁, 꽃의 계절에 그만 집 안에 갇혀 버렸네요. 생활 패턴이 달라져 살이 확 찐 자가 되었지만 열심히 달려왔던 바깥세상의 삶을 잠깐 멈춰 봅니다. 그동안 구석구석 쌓아놓은 집 안의 먼지도 털어내고, 도란도란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소홀했던 가족들의 사소한 이야기도 귀담아 들어봅니다. 행복이 별 건가요 뭐. 창문 밖에는 지금 꽃들이 제일 바빠 보이네요. 올해 피고 있는 이 꽃향기, 지금 좀 못 맡으면 어떻습니까. 내년에 그 자리에 다시 피어 주겠지요.

살다보니 그렇더라고요. 나쁜 일이 지나고 나면 좋은 일이 한꺼번에 오는 일도 있더라고요. 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 조금만 더 견뎌 봅시다.

(200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