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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신춘문예 출신 작가, 코로나 극복 시·시조 응원 ⑦ 김진백 시인

간격유지

기사입력 : 2020-04-16 08:06:06

저기 신랑 친구 분들 밀착해주세요

네 좋아요 다 나오네요 찍습니다

웃으세요 찰칵


비둘기들이 어깨 들썩여 밥을 뜨는 공원

엄마! 저 병아리들은 하얀색이야!

병균 옮아 가까이 가지마

병아리도 늙으면 흰 머리가 나는 거야? 엄마?


벚나무들은 깍지를 끼며 일어나고

짐승이 털을 갈듯 군락은 잎에 숨을 불어 날립니다

잎은 다른 잎에 닿지 않으려 바닥을 헤아리고

유영하는 슬픔을 잡았다 놓으며 착지합니다

잎들은 핑그르르 자전하며 허공에 그물을 짜고

태엽은 돌고 돌아 팽이가 되고

절뚝이는 봄도 빙빙 실려 돌고

멈춘 팽이들은 또 붕대가 되어

땅을 칭칭 감아줍니다


시계 침으로 남은 가지들은 꾸욱 연둣빛을 억누릅니다

지금 밖으로 나가면 다 죽고 말거야


모종을 마친 봄 싹들은

어둔 눈을 깜박이며 직립을 꿈꿀 테지만

팝콘처럼 과녁으로 살기는 싫습니다

콩은 검은 봉지를 뒤집어 숨습니다

단추와 단추만큼 보폭을 두고 각자의 화분으로 잠깁니다


이 질긴 숨바꼭질도 힘을 다하면

술래들과 만두 닮은 손깍지도 빚어 보겠습니다

화분은 나무를 향해 분갈이를 할 것입니다.


☞ 시인의 말

잘 지내나요? 랜선으로 인사를 주고받는 날만 쌓입니다. 2월에 보자던 약속은 4월도 넘어갈 모양입니다. 먼저 간 안부가 다음 안부를 끌어당기고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은 봄 공기를 견디지 못해 하나 둘 움직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두려우면서 답답합니다. 저는 이 시간이 어서 지나가길 바라지만 마냥 허무하게만은 사라지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현재 만나야할 사람과 쉽게 약속을 잡지 못합니다. 얼굴도 못 보면서 마음은 주려고, 손가락 구부려 자판을 만지고 전화를 넣어 봅니다. 대개 이런 결핍에서 다정함은 자랍니다. 정해진 간격을 이기려 더 깊은 언어를 꺼내고 문장을 고릅니다. 마음을 정확하게 담아 보내고 싶은 고민에서 우리의 귓속말은 다정해집니다. 멀리서 찾아온 다정한 말이 긴 부재를 메우고 나의 말이 너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합니다. 소풍 나가는 김밥처럼 마음뭉치들을 돌돌 말아, 우리가 봄을 지나고 있음을 다정함이 여기 있음을 알려줍시다. (201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