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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권춘현 산청 (유)착한지구 대표

“아이 건강·환경 지키는 사회적 가치 팔죠”

친환경·식기세척기 세제, 소독제

기사입력 : 2020-04-20 20:53:29

“한 번뿐인 삶이니 늘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2012년 당시 학교와 어린이집 급식소에서 독성 화학세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게 시작이었다고 그는 기억한다. 아이들의 급식환경을 친환경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었고, 그 길로 그는 친환경 세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산청 (유)착한지구, 권춘현 대표의 이야기다. 권 대표에게 착한지구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지구 환경을 지킨다는 사회적 가치를 함께 팔고 있는 것이지요.”

권춘현 산청 (유)착한지구 대표가 지난 17일 진주 바이오산업진흥원 내에 마련된 기업부설연구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착한지구/
권춘현 산청 (유)착한지구 대표가 지난 17일 진주 바이오산업진흥원 내에 마련된 기업부설연구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착한지구/

시작이 그랬듯이 착한지구의 대표 상품은 친환경세제와 식기세척기 세제, 소독제로 주로 학교, 어린이집, 급식소에 납품하고 있다. 정부 인증 친환경 마크가 부착돼 있는 세탁 세제는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형광증백제, 표백제를 사용하지 않았고 찬물에도 100% 용해되는 액상으로, 섬유 속에 세제 찌꺼기가 남지 않는다. 식기세척기 세제 역시 식물에서 유래한 계면활성제가 99.9%로 우수한 생분해성을 자랑한다.

이 밖에도 착한지구는 지구 환경을 위한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통상 친환경이 곧 인간의 건강에도 좋다는 데 귀결되는 까닭이다. 오가닉코튼 출산용품은 EU 기준인 GOTS 국제유기섬유 인증을 받은 원사로 만든 제품이다. 아가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주로 지방자치단체 임신·출산 축하선물로 납품되고 있다. 아울러 손 소독제 및 세정제도 취급하고 있다.

이윤보다는 사회적 가치가 우선하는 듯한 착한지구의 경영을 우려하는 주변 시선에도 그는 걱정이 적다. 절실한 마음으로, 세상에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윤 창출과 사회공헌이 동시에 이뤄질 때 소비자들은 그 제품과 회사를 가치있게 평가한다”고 단언한다.

착한지구는 학교, 어린이집, 관공서 등 도내 1300여곳에 공동구매 계약 및 정기 계약을 통해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한다. 거래는 수년간 유지하고, 또 계약을 맺는 업체도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공공기관 등으로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공동구매 계약을 맺은 어린이집에는 저희가 ‘친환경어린이집’ 현판을 걸어 드려요. 원장님들은 뿌듯해하고, 학부모님들이 안심하지요. 그럴 때 저희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같은 착한지구의 성과는 권 대표의 노력에 기인한다. 친환경세제를 개발하기 위해 경상대학교 대학원에서 의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는가 하면 2018년에는 LG 친환경사회적기업상을 받기도 했다. 나아가 더 무해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진주 바이오산업진흥원 내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사회공헌 활동에도 열심이다.

“중증장애인 직장체험교실을 시작한 지 3년쯤 됩니다. 그 전에는 물품 후원만 하다가 이들에게 더 절실한 일은 직장을 갖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참샘중증장애인자립지원센터 담당자들과 협의한 결과 그 첫 단계가 다양한 직장을 체험하는 일이었습니다.”

1년에 4회 정도 직장예절교육, 작업체험 2회, 은행에 가서 급여통장 만들기와 용돈 인출해서 쓰기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권 대표는 “대부분의 사회공헌은 시혜를 베풀고 사진을 찍는 모습에 그칠 뿐 절실한 사회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2013년 본격적으로 회사를 설립해 8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자립구조가 구축되지 않아 재정적으로 어려움은 많다. 박봉이라 젊고 유능한 직원들을 채용하기도 어려웠지만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와 협력해 신규직원을 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행보를 멈출 생각은 없다.

“착한지구 정관에는 ‘수익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공헌에 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요. 직원의 50% 이상은 취약계층을 채용해야 하고요. 이런 회사에 투자할 투자자는 없죠. 투자라는 건 이윤을 목적으로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지요. 그렇지만 이런 사회적기업들이 늘어날 때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줄어들고 사회 양극화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권 대표의 다음 목표는 착한지구가 사회에 꼭 필요한 사회적기업으로 자리잡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복지 선진국인 북유럽처럼 경남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안정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 대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은 필수다.

※권춘현 대표 : △1965년 함양 출생 △2018년 경상대학교 대학원 의류학과 박사과정 수료 △2013년 춘염원 설립 △2018년 착한지구로 상호 변경 △2015년 발효감물을 이용한 천연 염료 제조방법 특허 등록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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