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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년 경남의 독립운동] (19) 남해 (끝)

아직 식지 않은 100년 전 남해 독립 열기

설천면서 시작된 만세운동 물결

천도교도 주축 면민 등 100여명 시위 참여

기사입력 : 2020-04-21 21:19:11

3·1독립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2018년 8월부터 경남의 독립만세운동을 조명해왔고 그 마지막이 남해다.

창원에서 취재차를 타고 남해대교에 다다랐다. 남해대교가 가로지르는 바다는 바로 노량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상대로 마지막 전투를 벌였던 곳.

이순신 장군은 이곳 노량 관음포에서 전사했다. 1598년 12월 16일이다. 음력으로는 11월 18일부터 19일까지 치러졌던 야간 전투였다.

이웃 하동에서 타올랐던 독립만세운동의 불길은 바다 건너 남해로 닿았다. 당시에는 다리도 없었다. 1910년 4월 2일. 남해군 설천면에서 거사가 시작됐다.

천도교도를 중심으로 설천에서 독립만세운동이 진행됐다. 100여명의 설천면민이 참여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고 전해진다.

설천에서 남해읍으로 향하는 내리막 초입이 문항이다. 이곳에는 남해지역의 독립만세운동이 시작된 것을 기리기 위해 ‘남해 3·1운동 발상 기념탑’이 세워져있다. 1985년 기념비가 세워졌다가 2007년 지금의 모습으로 재정비됐다.

설천면 남해 3·1운동 발상 기념탑./성승건 기자/
설천면 남해 3·1운동 발상 기념탑./성승건 기자/

국가보훈처 현충시설이기도 하지만 설천어르신봉사단이 이곳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표지도 보였다.

실제로 기념탑 주변은 말끔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봄꽃들이 완연한 가운데 기념탑 우측으로는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독립지사 묘소가 있다.

설천면 남해 3·1운동 애국지사 정임춘 묘소.
설천면 남해 3·1운동 애국지사 정임춘 묘소.

독립만세운동은 설천에서 그치지 않았다. 4월 4일 남해읍 장터에서 대규모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설천 기념탑에서 남해읍으로 가는 길에는 모천, 고사, 진목, 도마 등 마을이 있고, 읍에 미치지 못한 곳에 이어리가 있다.

101년 전 그 날에도 설천을 비롯해 남해 전역에서 군중들이 남해읍으로 모여들었다. 그 날은 장날이었다. 장꾼으로 가장하고 품 안에 태극기를 숨기고 일제히 독립만세를 외친 것이다. 1000여명의 군중들이 여기에 호응했다. 군중들은 관공서와 학교 등을 찾아 독립만세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등 만세의 불길이 거세게 타올랐다고 전해진다.

일제는 이날 만세운동에 참여한 이들 중 중심인물을 체포했고, 많은 이들이 옥고를 치렀다. 사천에서까지 응원병력이 와서 시위대를 해산시켰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시위가 격렬했고 규모가 컸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설천에 기념탑이 있다면 남해읍에도 이날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비가 있다.

남해스포츠파크 들어서는 길목, 남산공원 초입에 ‘남해 3·1독립운동기념비’다. 주민들의 모금으로 1967년에 세워졌다.

남해읍 남해 3·1독립운동 기념비.
남해읍 남해 3·1독립운동 기념비.

남해의 독립만세운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고, 4월 6일 오후 3시 고현면 포상리에서 수백명이 봉기해 독립만세를 외치고 다시 남해 장터를 향해 행진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제는 평화시위를 벌인 군중들에게 발포해 1명이 즉사했고 시위대를 강제해산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남해군은 100주년인 지난해 ‘국민이 지킨 역사 100년, 다시 써 내려갈 100년’을 주제로 10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기념식 후에는 만세운동을 벌였던 남해읍 시장까지 행진하며 만세 재현행사도 가졌다.

3·1독립만세운동 100주년인 지난해 남해읍에서 열린 만세운동 재현행사./남해군/
3·1독립만세운동 100주년인 지난해 남해읍에서 열린 만세운동 재현행사./남해군/

특히, 경과보고를 통해 기존에 알려진 남해지역 독립만세운동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등 독립운동사 재정비의 첫 단추를 끼웠다.

그리고 올해 남해에서는 100여년 전 남해에서 벌어졌던 독립만세운동을 재정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남해문화원 김미숙 사무국장은 “남해 만세운동에 참여한 분들 중에 누락된 부분이 있고 일부 업적이 엇갈린 부분이 있어 객관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재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재연구된 내용으로 공청회를 열어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초빙해서 남해 독립운동사를 정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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