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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신춘문예 출신 작가, 코로나 극복 시·시조 응원 ⑨ 서성자

그대의 봄에게

기사입력 : 2020-04-23 07:59:02

지금은 그러니까 진지한 날들입니다

하늘 아래 나무들 제각각 초록을 짓고

꽃들은 본분을 다해 피고 지는 중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눈물 고운 나날입니다

풀숲엔 길고양이가 새끼를 물어 나르고

대륙은 한 영혼으로 햇살을 궁굴립니다

고통과 즐거움 그 영속의 고리 안에

낯 선 침잠으로 서로를 다독입니다

너와 나 함께 어룽져

사랑 한창인 별에서


☞시인의 말

누가 던진 두려움일까요. 이 서늘함 속에 만물은 차분히 제 할 일로 분주합니다. 세상의 일은 잡히지 않을 뿐 구체적으로 흘러오고 흘러갑니다. 묵묵하고 숭엄한 우주의 질서에 무형의 이 두려움도 정직한 계절처럼 곧 순해지리라 믿습니다.

알베르 카뮈가 말했던가요. ‘인간의 노력은 신도 간섭할 수 없다’라고요. 인류와 함께 해온 여러 균은 세계 질서와 인간 삶의 방식을 바꾸고 덤덤히 지나갔습니다. 그때마다 인간은 온힘을 다해 한걸음씩 앞으로 걸어왔습니다. 또 언제 어떤 혼돈이 닥칠지 모르지만 늘 그랬듯이 우리는 다시 헤치고 갈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임무를 다하는 분들과 스스로를 믿고 차분히 일상을 지키는 우리의 노력이 있으니까요. 행복과 불행의 윤회가 인간의 숙명이라면 지금 모두 한 덩어리로 같은 길을 가는 우린 서로 힘이 될 수 있겠습니다.

특별한 봄, 습관적으로 이어온 인연들을 돌아봅니다. 주변의 풀, 나무, 꽃도 좀 오래 들여다봅니다. 모두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내년에도 봄은 다시 옵니다. 여리고 강한 우리의 봄에 완성의 꽃다발을 안기며.

(200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