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거부의 길] (1821) 제25화 부흥시대 131

“회장님, 이거 드릴까요?”

기사입력 : 2020-04-24 08:02:54

이재영은 박두영과 악수를 나누었다.

“어서 오게.”

“호텔을 개축한다고 들었습니다. 멋진 호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범으로 짓는 거니까… 전쟁 중인 나라가 호텔을 제대로 지을 수 있겠나? 자네는 어떻게 지내나? 아직 부산에 있나?”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이재영은 그를 가까운 다방으로 데리고 갔다. 다방은 손님들이 많은 것 같았다. 드레스를 곱게 입은 마담이 홀을 오가고 레지들이 손님들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다방에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이재영도 담배를 입에 물었다. 마담이 재빨리 옆자리에 와서 앉아 성냥을 켜서 불을 붙여주었다.

“회장님, 잘 모셔.”

박두영이 마담에게 말했다.

“자주 오셔야 잘 모시죠.”

마담이 이재영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름이 한수경이라고 했다. 다방에 나오기 전에는 성악을 했다고 했다. 널리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으나 독창회도 열었다고 했다. 남편은 납북되었다고 했다.

“회장님, 이제 자주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그래야지.”

“경무대와 중앙청을 대대적으로 수리해야 합니다.”

“환도가 결정되었나?”

“아직 날짜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하루빨리 환도해야지요. 몇 달 남지 않았습니다.”

박두영은 정부의 환도를 준비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것 같았다.

“정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년에 국회의원에 출마해야지요.”

“그렇군.”

“회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십시오. 저도 회장님을 돕겠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게.”

이재영은 박두영이 한국의 정치를 뒤흔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야망이 많은 사내였다.

“경무대와 중앙청을 빨리 수리하는 게 좋은데… 우선 그냥하시죠. 나중에 제가 보답하겠습니다.”

“마침 우리가 건설회사를 설립했네. 내일 살펴보고 바로 수리에 들어가겠네.”

“고맙습니다.”

박두영이 깍듯이 인사를 했다. 이재영은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박두영이 이승만의 심복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회장님, 이거 드릴까요?”

박두영이 주머니에서 은빛의 작은 물건을 꺼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