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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822) 제25화 부흥시대 132

“회장님, 저녁 좀 사주세요”

기사입력 : 2020-04-27 08:08:22

성냥갑처럼 작은 물건이다. 이재영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물건을 살폈다.

“뭔가?”

“라이터입니다. 미군들이 사용하는 지포라이터요.”

박두영이 유쾌하게 웃었다. 지포라이터는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좀처럼 구하기가 어려운 물건이었다.

“회장님 쓰십시오.”

“자네가 써야지.”

“아닙니다. 회장님 드리려고 일부러 가져왔습니다.”

“하하. 고맙네.”

이재영은 지포라이터를 켜보았다. 불이 잘 들어온다. 가솔린을 충전하여 쓰는 라이터였다. 성냥은 비가 올 때나 습기가 차면 불이 켜지지 않는다.

“회장님, 저녁 좀 사주세요.”

박두영이 커피값을 계산할 때 마담이 이재영의 팔짱을 끼고 속삭였다.

“알았어.”

이재영이 낮게 대답했다. 마담이 전부터 졸랐었다. 나중에 사주겠다고 했으나 볼 때마다 조르고 있었다.

‘삶이 팍팍한 모양이군.’

다방에 나와서 일을 하니 형편이 어려울 것이다. 그녀의 나이는 30대 후반이었다.

이재영은 호텔 개축 현장으로 올라갔다.

고정엽이 워커를 신고 돌아다니면서 인부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넥타이를 맨 사람들과 다르다.

“고 사장.”

이재영은 고정엽을 불렀다.

“예.”

고정엽이 그에게 달려왔다.

“아무래도 우리가 경무대와 중앙청을 수리해야 할 것 같네.”

이재영이 담배를 물고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고정엽의 시선이 그의 라이터로 왔다.

“예?”

“휴전을 하면 정부가 환도를 할 거야. 정부 일을 하면 나중을 위해서 좋을 것 같네.”

“그렇지요.”

“일단 무료로 수리를 해야 할 거야. 내일 아침에 나하고 현장에 가서 살펴보세.”

“예.”

고정엽이 머리를 숙였다.

이재영은 백화점으로 돌아왔다가 마담 한수경에게 전화를 걸어 나오라고 했다. 그녀는 8시가 되어야 나오겠다고 했다.

‘내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가?’

이재영은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박두영이 준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미국은 라이터도 튼튼하게 잘 만드는구나.’

라이터가 불이 잘 켜져서 신기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