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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823) 제25화 부흥시대 133

“너무 여자를 잘 알아요”

기사입력 : 2020-04-28 08:29:24

이재영은 8시가 가까워지자 다방 앞으로 갔다. 한수경은 8시 10분이 되어서야 다방에서 나왔다.

“회장님, 죄송해요.”

한수경이 이재영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한수경은 검은색 드레스에 숄까지 걸치고 있었다.

“괜찮아. 먹고 싶은 거 있나?”

“먹고 싶은 거 사주실 거예요?”

“사달라고 그랬잖아?”

“사달라면 다 사줘요?”

“여자가 사달라면 사줘야지.”

“로맨티스트네.”

한수경이 이재영의 팔짱을 끼었다. 이재영의 팔꿈치가 그녀의 가슴에 닿았다.

“고기가 먹고 싶은데….”

“그럼 고기를 먹어야지.”

이재영은 한수경과 함께 불고기를 파는 식당으로 갔다. 이재영이 임원들과 함께 몇 번 왔었기 때문에 주인이 방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남편 소식은 있나?”

자리에 앉자 이재영이 한수경에게 물었다. 한수경은 서울 수복이 되자 미아리 일대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인민군이 퇴각하면서 미아리에서 납북인사들을 학살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는 평양까지 갔으나 찾지 못했다.

“없어요.”

한수경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음식이 나오는 동안 남편을 찾아다닌 이야기, 시부모와 아이들과 방 하나에 같이 사는 이야기를 했다.

이내 음식이 나왔다. 그녀는 시장했던 듯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집은 어떻게 되었어?”

“폭격으로 파괴되었어요.”

그녀의 집은 연희동쪽에 있었다. 9.28수복 때 국군과 인민군이 치열한 혈전을 치른 곳이다.

식사를 마치자 여관으로 갔다. 한수경은 이미 경험이 있는 듯 망설이지 않았다.

‘후후. 이 여자는 살결이 뽀얗구나.’

이재영은 한수경을 안으면서 흐뭇했다. 숨이 차고 땀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얹자 한없이 포근했다.

“회장님은 바람둥이신 것 같아요.”

한수경이 이재영을 껴안고 속삭였다.

“내가?”

“너무 여자를 잘 알아요.”

그녀도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날씨는 초여름처럼 더웠다.

“수경씨가 예뻐서 그래.”

“진짜요?”

한수경이 이재영을 와락 껴안았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