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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826) 제25화 부흥시대 136

“집이 너무 좋아요”

기사입력 : 2020-05-04 08:06:24

일본에 유학을 할 때 그녀와 즐거운 날을 보냈다. 불과 몇 달밖에 되지 않았으나, 그녀의 육체에 탐닉했다.

이재영은 조선으로 돌아오고 그녀는 결혼했다.

이재영은 그녀에 대해서 한동안 잊었다. 그러나 그녀는 잊지 않고 있었다. 이제는 이재영이 그녀를 잊을 수 없게 되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사람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진다.

이재영은 한수경을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녀에게서 알 수 없는 매력이 풍겼다. 나츠코와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한수경의 남편은 돌아오지 못할 거야.’

인민군에게 납북되었다면 처형되었을 것이다. 국군과 유엔군이 서울을 수복하고 평양으로 진격할 때 인민군들은 퇴각을 하면서 많은 납북인사들을 처형했다.

한수경의 얼굴에 항상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6월이 왔다.

이재영은 대부분 미월의 요정에서 지냈다. 집에는 아들 이성식이 들어와 살게 했다. 백화점의 주식 절반을 딸에게 주고 일 주일에 한 번씩 살피게 했다.

박두영은 7월 중에 휴전회담이 타결될 것이라고 이재영에게 귀띔을 해주었다.

‘7월에 전쟁이 끝나는구나.’

이재영은 어떤 흥분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3년 동안의 긴 전쟁이었다.

“성북동에 요정을 하나 내야겠어요.”

미월이 이재영의 가슴에 엎드려서 말했다. 미월과 사랑을 나누고 난 뒤의 일이다.

“또?”

“전쟁도 끝나가고… 집이 좋아요.”

“요정은 미월이 알아서 해.”

“한 번 구경 가지 않을래요?”

“가 볼까?”

이재영은 이튿날 미월의 차를 타고 성북동 골짜기로 갔다. 미월이 향금이라는 이름의 기생도 데리고 갔다. 조선시대 어떤 대감의 별장이었다고 했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어서 경치가 좋았다. 행랑채는 모두 없애고 본채만 남아 있었다.

“집이 너무 좋아요.”

향금이 고색이 완연한 집을 돌아보고 말했다.

“네가 여기를 맡아서 운영할래?”

미월이 향금에게 웃으면서 물었다.

“맡겨주시면 열심히 할게요.”

“회장님에게 하는 거 봐서….”

미월이 피식 웃었다.

“회장님~!”

향금이 교태를 부리면서 이재영의 팔짱을 끼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