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거부의 길] (1827) 제25화 부흥시대 137

“더우세요?”

기사입력 : 2020-05-06 08:04:49

향금에게서 화장품 냄새가 은은하게 풍겼다.

미월은 성북동의 한옥을 샀다. 자금이 부족하여 박불출을 통해 은행에서 대출을 했다. 집을 수리하고 〈대원장〉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후후. 내가 또 요정을 갖게 되었네.’

이재영은 기분이 좋았다. 미월은 장사를 하는 수단이 뛰어났다.

“아유 날씨가 더워지고 있네. 비는 안 오고….”

이재영이 퇴근을 하자 미월이 향금을 데리고 부채질을 하면서 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가뭄이 계속되어 날씨가 더욱 더웠다. 저 아래 남도지방에서는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있다고 했다. 초여름의 더위가 숨이 턱턱 막혔다.

“더우세요?”

“괜찮아.”

이재영은 방석에 앉았다. 미월이 옆에서 부채질을 해주었다.

“얘, 시원한 수건으로 회장님 얼굴 좀 닦아 드려라.”

미월이 향금에게 지시했다.

“네.”

향금이 냉큼 대답하고 젖은 수건을 가지고 와서 이재영의 얼굴과 손을 닦아주었다. 향금이 이재영에게 눈웃음을 쳤다.

이재영은 미월의 방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는 저쪽 요정에 가야 돼요. 단체 손님이 잔뜩 몰려왔대요. 오늘 못 돌아올 것 같아요.”

미월이 이재영과 향금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이재영은 얼굴을 찡그렸다. 미월이 향금에게 이재영을 모시라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재영은 향금과 함께 잠을 잤다. 향금은 약간 수줍어하고, 약간은 기꺼워하면서 이재영을 받아들였다.

‘내가 여복이 있구나.’

이재영은 향금을 안고 흐뭇했다.

이재영이 잠이 깬 것은 이철규가 전화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회장님, 이승만 대통령이 포로들을 석방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철규가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뭐?”

이재영은 잠이 확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미방위조약을 조건으로 내걸고 휴전회담을 반대해 왔다. 포로들도 문제였다. 미군과 유엔군은 휴전회담이 조인되면 60일 안에 포로를 송환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포로를 송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포로들도 이북으로 송환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국민들도 포로들이 이북으로 송환되는 것을 반대했다.

“포로들을 석방합니다.”

“언제?”

“오늘밤 12시를 기해 석방한다고 합니다.”

이재영은 가슴이 철렁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