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42) 양양 진전사지 삼층석탑

서라벌 천년의 노래가 이곳까지 들려온다

기사입력 : 2020-05-11 21:46:24

석탑도 요염한 맵시 뽐낼 때가 있다

밤이면 비단자락 날리며 하늘 오르다

낮이면 짐짓 모른 척 침묵으로 서 있다

팔부신중 구름에 앉아 세상 굽어보고

천인상天人像 기단基壇을 나와 은하에 닿아라

서라벌 천년의 노래가 이곳까지 들려온다


진전사지(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둔전리 산37번지)는 수평선 멀리 동해바다를 향한 곳에 있다. 낙산사 들러 이곳으로 향하는 길은 자연이 좋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설악이 뻗어오다 끝나는 지점에 이 진전사지가 있다. 1960년대 이전까지 절 이름이 둔전사로 알려져 왔는데, 도의선사가 이 절에 주석했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밝혀졌다. 이 사지는 자연 지세를 최대한 활용한 대규모 산지가람으로서 창건 시부터 주도면밀한 계획 하에 축조된 가람이라 생각된다.

삼층석탑은 요염을 뽐낸다. 자세히 보면 여러 부조 형상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가히 국보 제122호로 지정된 이유를 알겠다. 천의 휘날리며 연화좌 위에 앉아 있는 비천들은 여러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풍상에 마모된 관계로 구체적인 특징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각종 조각이 섬세하고 미려하여 석공의 뛰어난 예술적 재능 엿볼 수 있어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으면서 지붕돌 네 귀퉁이가 치켜 올려진 것이 경쾌한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이런 탑을 근거로 상상해 보면 통일신라시대의 진전사는 매우 화려한 사찰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진= 손묵광, 시조=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