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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원 승격’ 앞둔 이정환 재료연구소장

“원 승격 도민 덕분… 경남 ‘소재R&BD 메카’ 만들 것”

기사입력 : 2020-05-13 21:48:29

지난달 29일 오후 11시23분 국회 본회의장. 이 시각 제20대 국회 본회의에서 창원시 상남동 소재 ‘재료연구소’의 원 승격을 다루는 ‘재료연구소 연구원 승격과 독립운영 규정을 담은 과학기술분야 출연연 설립 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극적으로 통과됐다.

현 재료연구소 이정환 소장은 그날 오후 7시께 국회 법사위에서 법률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 곧장 창원으로 돌아와 자택에서 국회방송으로 중계되는 최종 본회의를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158명 출석에 155명 찬성. 법률안이 압도적으로 통과되자 이정환 소장의 눈가엔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후 이 소장과 연구소 본부장급 간부들이 늦은 밤인데도 불구, 자발적으로 모여 환호성을 지르며 원 승격을 자축했다.

하지만 기쁨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도 동시에 밀려왔다고 이 소장은 회고한다.

대한민국을 소재강국으로 실현시켜야 하는 책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재연구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과학도로서의 의무. 이정환 소장을 만나 향후 한국재료연구원의 역할과 재료연구 분야 변화상에 대해 들어봤다.

이정환 재료연구소장이 한국재료연구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이정환 재료연구소장이 한국재료연구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재료연구소의 ‘원 승격’을 축하드린다. 감회가 새로울 텐데?

△기쁘고 또 감사드린다. 사실 재료연구소의 독립법인화는 혼자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경남도지사와 창원시장, 창원상공회의소 회장과 박완수·여영국 국회의원 등을 비롯해 모든 경남도민 여러분이 그동안 든든히 지지해주셨다. 이번 ‘원 승격 법률안’ 통과는 연구소 자체의 혁신적인 변화와 더불어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의 진정한 독립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가 소재강국이 되는 그날까지 계속 달려가겠다.

-창원은 소재를 직접 생산하는 업체는 거의 없지만, 소재를 활용해 가공하는 업체는 많은 편이다. 첨단소재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는 창원의 미래와 직결된다. 이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소재의 첨단화 및 고기능화는 제품의 가치 향상은 물론 소재 적용에 있어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한다. 따라서 첨단소재 개발 및 적용은 산업경쟁력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기술이 된다. 재료연구소는 금속, 분말, 세라믹, 복합소재 등 다양한 소재 관련 제조 및 응용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첨단 소재의 활용과 부가가치화를 도모하기 위해 바이오 응용 소재, 항공소재부품, 자성재료 등의 분야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이는 창원의 지속적인 미래 먹거리 창출과도 직결되는 부분으로, 재료연구소는 이에 대한 연구 수행은 물론 창원의 강소기업 육성을 위해 전주기적 기술 개발과 지원을 더욱 확대하겠다.

-창원의 기계산업에 첨단소재 결합이라는 큰 기대가 있는데, 성과가 날 수 있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줄 수 있는가?

△기계산업에 첨단소재를 적용하는 건 향후 기계산업의 품질 향상, 부가가치 증대 및 경쟁력 강화를 결정하는 근간이 된다. 1만~2만원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저가의 등산용 칼은 칼끝이 쉽게 뭉개져서 열악한 환경에서 사용이 어렵다. 하지만 칼끝의 미세조직을 제어하는 첨단소재 기술이 적용된 등산용 칼은 강도가 높고 날이 쉽게 뭉개지지 않아 척박한 환경에서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어 30만~60만원의 고가로 팔린다. 지멘스와 GE는 기존의 기업구조를 탈피하고자 산업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틀을 개척하고, 기계소재산업의 첨단화를 위해 막대한 데이터 연결과 인공지능 기반의 가상공학을 도입 중에 있다. 재료연구소도 지난 2년 동안 신합금 설계, 미세조직 및 물성예측, 신공정 개발 등 첨단기계소재 개발의 가속화를 위해 가상공학 및 인공지능 플랫폼 구축사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이는 창원시가 추구하는 첨단기계소재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현 재료연구소는 연구개발 본연의 업무를 담당하고, 진해 육대부지 제2재료연구원은 상용화를 위한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재료연구소는 진해 육대부지에 소재 실용화 및 품질인증까지 한 번에 원스톱 지원이 가능한 첨단소재 실증단지를 조성, 즉 제2연구원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소재혁신의 주체인 수요기업, 공급기업, 대학, 출연연이 모두 참여하고 공용 인프라를 활용해 기술 개발과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고자 한다. 현재 2020년 예산으로 정부로부터 5억원의 예산을 받아 기획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말 제2연구원 조성계획을 완료하고 내년에 정부에 건설예산을 신청할 계획이다.

-연구인력 확충 시 지역인재가 재료연구소로 많이 진출하려면 지역대학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재료연구소와 같은 출연연구소는 석·박사 학위를 소지한 전문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특성이 있다. 승격 이후에는 조직과 예산의 확대가 예상돼 기존 대비 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때 지역의 우수 인재를 채용해 지역과 연구소의 상생 발전을 함께 도모하고자 한다. 재료연구소는 인력 채용에 있어 연구자의 역량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는 재료연구소가 지향하는 연구 분야의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논리적 사고로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문제 해결을 위해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관련 분야 연구자들과 협업을 위한 협동심과 리더십이 있는지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역량을 가진 지역의 우수 인재 지원을 환영한다.

-창원에는 전기연, 재료연을 비롯해 한국자동차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방산혁신클러스터 등 연구기관이 다수 존재한다. 지역 연구기관 간 지역산업에 대한 공동연구를 하면 시너지가 클 것 같은데?

△재료연구소는 오래 전부터 많은 연구기관과 대학 그리고 기업체 등과 공동의 연구목표를 세우고 연구를 해온 바 있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전기연구원과도 첨단소재 분야에 대한 공동연구 니즈를 함께 공유해 연구자들 간 공동연구가 다수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부설 연구소라는 제약으로 그 규모나 역할 면에서 공동연구를 선도하기에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연구원으로 승격되면 공동연구를 위한 전담인력과 예산 충원이 수월해질 것이므로 지역 연구기관 간 협력을 보다 강화하고 완성도 높은 소재클러스터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통해 재료연을 중심으로 각 기관들이 보유한 많은 소재기술이 적재적소에 지역과 국가 산업계에 전파될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은?

△한국재료연구원의 출범은 여러 측면에서 많은 의미가 있다. 국가적 측면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소재·부품·장비 대응의 전초기지를 마련하고, 지역적 측면에서는 첨단소재 연구개발 강화를 통해 동남권 지역의 제조업 고도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특히 경남이 국가 소재 R&BD(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사업화 연계기술개발) 메카로 부상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재료연구원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첨단소재 원천기술 개발’과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한 ‘소재 국산화’를 양대 목표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재료연구원이라는 이름과 위상에 걸맞은 성과로 여러분들의 응원에 보답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정환 소장은= 한양대 정밀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석사, 홍익대에서 금속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료연구소 융합공정연구부장과 산업기술지원본부장, 선임연구본부장, 기계소재부품기업지원사업단장, 부소장을 거쳐 2018년부터 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소성가공학회장, 대한기계학회 경남지회장을 지냈고, 현재 경남금형협동조합 자문위원장, 한국엔지니어연합회 창원회장, 한국산업기술인회장, 경남경제혁신추진위 전문위원, 창원국가산단 경영자협의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SCI급 논문 53편을 썼고, 신소성 가공 기술, 마그네슘 합금 정밀 단조기술, 과학기술로 본 세상이야기 등 5권을 출간했다.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대통령 표창과 경상남도 과학기술대상, 대한금속재료학회 기술상, 산업부 장관 표창 등을 수상했다.

조윤제 기자 ch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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