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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21세기에 태어난 소녀의 외침- 김종석(기상청장)

기사입력 : 2020-05-19 20:19:42
김종석 기상청장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스웨덴의 16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하였다.

이 소녀는 2018년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을 주제로 한 1인 시위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UN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어른들의 안일한 태도를 비난했다. 어린 소녀의 작은 날갯짓은 전 세계에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 나비효과로 다가왔다.

그레타 툰베리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정도로, 최근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전 세계에서 예전과는 다른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하였으며, 호주도 건조하고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폭염, 폭설, 태풍 등 기상이변의 규모가 예전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면 전 세계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기후변화가 우리나라와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최근 기상청을 비롯한 국무조정실, 환경부 등 23개 관계부처와 함께 만든 〈2019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폭염, 열대야, 잦은 태풍, 이상고온 현상 등이 점점 극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동성의 증가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는데, 최근 그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그 빈도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풍의 패턴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 태풍은 연간 약 17개 정도 발생하여 그중 약 3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작년에 발생한 태풍은 총 29개이며, 그 가운데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것은 무려 7개이다.

이는 근대 기상업무 시작 이래 1950년, 1959년과 함께 태풍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해로 기록되었으며, 가을 태풍의 빈도 또한 가장 높았다. 과거에도 9월에 태풍이 찾아온 적은 있었으나, 최근에는 4년 연속 9월 태풍의 영향을 받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오는 태풍은 해수면의 온도와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에 따라 정해진다. 최근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태풍의 주 에너지원인 해수면 온도가 높아졌고, 바다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수증기로 인해 강도가 강화되어 태풍이 북상하기가 쉬워졌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사회, 경제, 환경적인 측면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막대한 손실로 나타나 인류의 활동 영역, 더 나아가 생존까지 위협을 줄 수 있기에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우리나라 송도에서 개최한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지구 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억제하지 못하면 지구와 인류는 폭염, 열대야, 집중호우, 가뭄, 태풍 등 이상기후로 파멸의 길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이미 2018년 가장 무더운 여름과 지난해 가장 따뜻한 겨울을 경험한 바 있다. 지구는 이상기후라는 극단적 날씨 변화를 통해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극단적인 날씨가 일상화되어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줄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앞선 툰베리의 일화처럼 기후변화 대응이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시작점은 바로 나 자신이다. 개인의 관심이 모여 행동이 되고 그 행동들이 주변 가족과 친구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일상생활 속에 작은 것부터 실천해나가면 자연스레 지구온난화 1.5도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김종석(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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