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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호모사피엔스와 디지털 인간 - 오인태 (경상남도교육청 산촌유학교육원장)

기사입력 : 2020-05-24 21:21:56

영화 〈서치〉는 스토리를 인터넷 검색, 메시지 창으로 펼치기 일쑤라 때론 지루하기도 하지만, 커서의 움직임에 동공을 집중하게 만든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극적 전개가 범죄수사극이 주는 긴박감을 안겨주는 한편, 결국 아버지의 지극한 부정이 딸을 구하는 휴먼드라마로서 미덕을 함께 지닌 영화다. 디지털 세상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디지털적인 방식을 빌려 디지털 세상도 인간적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가 우리에게 보내고 싶은 전언이리라.

18세기 증기기관차 발명에 따른 동력혁명, 석유 등 화석연료와 전기를 이용한 에너지혁명, 자동화에 의한 생산혁명, 마침내 디지털혁명으로 불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이르러 인간은 AI, 곧 디지털 인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AI는 논리를 2진법으로 기호화한 디지털 알고리즘의 결정체다. 수만 년간 지구를 지배해온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의 승리인가.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지닌 디지털 인간의 승리인가. 과연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세상에 인간이 설 자리는 있는가. 이로써 호모사피엔스를 대체하는 신인류가 출현한 것으로 봐야 하는가.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2033년까지 지금 있는 일자리 46%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도 2027년까지 국내 일자리 52%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각한 취업난을 경기 침체에 따른 결과로만 볼 수는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는 4차 산업혁명의 진행에 따라 직업 지형 자체가 바뀌는 데도 원인이 있다. 정작 필요한 분야에는 인력이 모자라고, 누구나 원하는 곳으로만 몰리니 문제다.

새로운 지형에 맞춰 직업을 다각화하고 노령인구, 여성인구도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동 여건을 다변화해야 한다. 생산인구 감소와 경제 불황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일본은 고령자와 여성인력, 외국인 근로자까지 취업문을 열어주어 감소하는 생산인구를 대체함으로써 성장률을 유지한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일자리도 늘려가면서.

호모사피엔스와 디지털 인간의 공존이 가능할 것도 같지 않은가?

오인태 (경상남도교육청 산촌유학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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