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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코로나 백신 패권주의- 정오복(문화생활팀장)

기사입력 : 2020-05-26 20:17:5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 인류의 역사를 얘기할 때 BC(Before Christ, 기원전)와 AD(Anno Domini, 기원후)로 구별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 칼럼리스트의 주장처럼 BC(Before Corona, 코로나 이전)와 AC(After Corona, 코로나 이후)로 규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바꾸어 놓을 거란 전망 때문이다. 다만 백신 개발이 빨리 이뤄지면 코로나19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희망도 갖는다. 그렇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언과는 달리, 백신 조기 개발을 예측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그런데다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에 이어, 백신 개발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미-중이 서로 자국 이기주의를 앞세우면서 첨예한 대치를 벌여 코로나 백신은 마치 과거 동서 냉전시절의 ‘핵’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미국의 헤게모니는 대개 3가지로 풀이한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위한 최대의 경제력, 가장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사회를 움직이는 국가 시스템, 강력한 동맹 구축 등이다. 따라서 과거 미국 정부라면 코로나19 국면에서 동맹 체제를 효율적으로 가동시켜 미국과 동맹국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국제적 역할을 높였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보여준 미국의 태도는 매우 고립적이고, 폐쇄적이다. 트럼프는 집권 초기부터 동맹을 해체하고, 당사국들과 각각 협력하는 양자주의로 운영해왔다. 이렇다 보니 미국 우선주의는 오히려 스스로 외톨이가 되는 고립주의를 자초하고 말았다.

백신 개발에는 사안의 위급성을 고려하더라도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데 최소 18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전까지 백신 개발을 마치라고 요구, “3년 전만 해도 백신 회의론자였던 트럼프가 이제는 백신 신봉자 같다”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 그는 4년간 질병통제예방센터와 국립보건원 등 예산을 삭감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4일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과 진단 등을 위한 ‘국제협력’이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졌다. 세계 30여 개국 정상과 유명 인사들이 74억유로(약 9조9148억원)를 모금, ‘되도록 빨리, 누구나 살 수 있을 만한 가격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감염검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로 뭉쳤다. 하지만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은 불참했다. 미국 국내 여론마저 “세계적 위기에 대한 주요 국제회의에서 미국이 빠진 건 아마도 처음일 거다. 우리는 경쟁자와의 시합에서 이기는 데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1955년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했던 미국국립소아마비재단 소속의 조너스 솔크는 특허권에 대한 물음에 “시민들의 것이겠죠. 특허권은 없습니다. 태양에 특허를 낼 수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세계보건총회 화상회의 초청연설에서 “자유의 정신에 기반을 둔 연대와 협력이야말로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협력하는 힘은 바이러스가 갖지 못한 인류만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명백한 사실은 코로나 백신은 세계 인류를 위한 공공재이어야 하고, 백신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오복(문화생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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