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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배꼽이 터졌다- 이준희(사회2팀장)

기사입력 : 2020-05-27 20:21:15

옛 속담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있다. 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빗댄 것으로 경우에 맞지 않거나 순리에 어긋나는 상황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흔히 우리는 선물보다 비싼 포장지를 사거나, 밥보다 비싼 후식을 먹을 때 이런 비유를 많이 인용하곤 한다. 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최근 한 커피업체(스타벅스)가 여름 사은행사 ‘e- 프리퀀시’를 진행하면서 사은품으로 다용도 보조가방(서머 레디 백)과 캠핑용 간이 의자(서머 체어)를 내놓으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유인즉 사은품을 받으려면 미션음료 3종을 포함해 커피 17잔을 마셔야 무료 교환권을 받을 수 있는데 고객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약 7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음료 17잔을 한꺼번에 사는 팁과 사은품 인증샷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심지어 서울 여의도 한 매장에서는 300잔(130만원 상당)을 주문한 뒤 커피 1잔과 이벤트 사은품 ‘레디 백’ 17개만 챙겨간 손님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기념품 수집’이란 관점에서 이런 행동을 전혀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수집 차원을 벗어난 행동이다. 더 큰 문제는 다량의 음료를 구매해 사은품을 여러개 챙긴 후 온라인에서 비싼 가격으로 되팔아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고 거래사이트에서는 서머 레디 백이 7만9000원~9만5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커피업체의 사은품 대란은 다름 아닌 ‘희소성의 가치’ 때문일 것이다. 매장을 자주 찾는 고객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는 업체 본래의 취지와 이왕 마시는 거 덤으로 공짜 선물도 받자는 소비자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품귀현상’ 등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고도의 소비심리를 이용한 판매전략이긴 하지만 이를 접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항공업, 여행업 등 전 분야의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300잔의 커피를 주문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이준희(사회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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