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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다시 기본을 생각하다- 박재범(시인)

기사입력 : 2020-05-28 20:03:18
박재범 시인

내가 살고 있는 곳에는 강이 흐르고 있다. 아침과 저녁, 맑을 때와 비올 때 그 모습이 달라지는 참 아름다운 강이다. 내 삶에 주어진 크고 소중한 혜택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강에 나가면 ‘두 사람’을 만난다. 고요한 아침 강변을 걷다보면 여기저기 버려진 것들이 보이는데, 담배꽁초는 물론이고 때로 빈 술병도 던져져 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한 짓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왼손엔 커다란 비닐봉지를, 오른 손엔 집게를 들고 그것들을 주워 담는 분이 있다. 관리요원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그냥 ‘다른 사람도 생각하는 사람’이다.

강 둔치로 반려견을 데리고 오는 사람들도 제법 많아졌다. 어떤 이들은 목줄을 잡은 다른 손에 비닐봉지와 비닐장갑이 들려 있고, 반려견이 볼일을 보면 그것을 깔끔하게 치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자신의 반려견이 풀밭 사이에 눈 배설물을 모르는 척 그냥 가려다 가끔씩은 또 다른 사람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두 사람’은 운전 중에도 자주 마주친다. 운전자의 배려가 보이는 자동차가 있는가 하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일에서부터 난폭운전,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이 경우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음으로 인한 피해는 강변 둔치에서보다 훨씬 심각해진다. 그리고 이런 심각성이 우리 일상 속의 모습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런데 일상 속 ‘두 사람’의 모습은 영락없이 일상이 아닐 때로 이어지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의 심각성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장된다. 코로나19 사태의 비일상 속에서 우리는 그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있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한 기부와 헌신적 봉사가 잇따랐는가 하면, 일부 개인과 단체로 인해 집단적 위험과 공포가 증폭되고 실제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행위가 자신과 가족은 물론, 사회 전반에 얼마나 심각한 혼란과 위협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일이었다.

이제 우리는 피할 수 없이 이미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코로나19 사태가 분명히 일깨워 주었다. 개인은 타인과 생명이 걸린 중대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국가의 안위 또한 세계의 안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간의 사회성이나 연대 의식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는 다른 사람을 함께 생각하지 않으면 나 자신이 위협받을 수 있는 때에 이르렀다.

다시 출발점에서 생각해보면 사람이 다른 사람도 생각하며 사는 건 함께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기본 아니었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거시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관련된 ‘포스트 코로나’ 담론들이 등장하고 있다.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꼭 회복하고 지켜나가야 할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일상에서부터 사람이 사람에 대한, 그리고 자연에 대한 기본을 지키는 마음, 그것이다.

박재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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