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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호주 (11)

멜버른, 발길 닿는 곳이 명소

먹거리·물건 가득 퀸 빅토리아 마켓

기사입력 : 2020-05-28 20:34:38

장기여행을 무계획으로 다니다 보니 어느 도시에서 무엇을 볼지도 안 찾아보게 됐다. 호주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꼽힌다는 멜버른에 도착을 하고 나서 급하게 한 일은 인터넷 서핑이였다. 오랜 로드트립을 끝내고 오랜만에 큰 도시에 오게 되니 다시 여행객이 아닌 관광객이 돼야 할 것 같았다.

멜버른의 명소 플린더스 스트리트역.
멜버른의 명소 플린더스 스트리트역.

소도시에서는 당연히 유명한 것이 없으니 그냥 마을을 둘러보고 밥을 먹고 밤에는 별보러 가는 게 하루 일과였지만 대도시로 오니 뭔가 유명하다는 것은 다 봐야할 것만 같은 조바심이 생겼다.

멜버른을 검색하자마자 뜬 퀸 빅토리아 마켓을 보고 마켓부터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시장이나 마트를 가는 것을 좋아한다. 가장 그 곳의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곳이기도 하고 그 나라의 특별한 음식, 물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퀸 빅토리아 마켓은 생각보다 꽤 컸다. 1층만 있는 우리나라의 부산진시장 같은 느낌이랄까. 다양한 음식 그리고 다양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친구는 싸고 예쁜 옷이 많다며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여행이 길어지다보니 한식이 자주 그리웠는데 빅토리아 마켓 근처에 한인마트가 있어서 쇼핑 후 한인마트도 갔다.

퀸 빅토리아 마켓.
퀸 빅토리아 마켓.

호주는 고기가 싸고 맛있어서 자주 고기를 먹었지만 그래도 고기를 먹는 것과 한식이 그리운 것은 다른 문제였다. 요리를 못하는 나도 한인마트를 이용해 많은 한식을 누릴 수 있었다. 여행이 길다면 한국에서 고추장과 라면을 사가는 것보다는 근처 한인마트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보통 대도시에서는 한인마트가 꼭 한 두 개씩은 있었다. 특히 호주는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조금 이름 있는 도시라면 하나 이상은 무조건 한인마트 혹은 아시아 마트가 있었다.

사진을 보자마자 꼭 가야겠다고 결심한 곳은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이다. 나는 딱히 종교가 없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성당은 참 많이 들어가봤는데 ‘뜬금없이 도서관이라니?’ 싶겠지만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은 주관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예쁜 도서관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해리포터를 보지 않았지만 마치 해리포터 같은 느낌을 가진 도서관이였다.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전경.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전경.

도서관에서는 듣기 힘든 카메라 셔터 소리가 도서관에 크게 울려퍼졌다. 사실 도서관이라는 곳이 지닌 느낌 상 사진을 찍기 굉장히 눈치보일 것 같았지만 주변 곳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서 나도 그 틈에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친구는 고등학교 때 이런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으면 서울대를 갈 수 있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나를 알기 때문에 여기서 공부했더라고 서울대는 못갔을 거라고 했다.(ㅋㅋㅋ)

해리포터에 나올 것만 같은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해리포터에 나올 것만 같은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나중에 멜버른에서 워홀을 한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영어 공부를 이 도서관에서 했는데 처음에는 엄청 좋았는데 익숙해지니 결국 똑같은 도서관이라고 했다. 때론 너무나도 일상적이지만 여행이라서 좋은 곳들이 있는 것 같다.

호주에서 맥도날드 다음으로 많이 간 곳은 헝그리잭스이다. 낮에 돌아다니다 보면 너무 더워서 1일 1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맥도날드와 같이 소프트콘을 파는데 맥도날드가 보이지 않으면 헝그리잭스를 가곤 했다. 버거킹은 세계적인 기업이지만 호주에서는 버거킹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고 헝그리잭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처음에 호주에만 있는 수제버거집인 줄 알았는데 햄버거에 와퍼라는 이름을 써서 버거킹을 따라했다고 생각했는데, 버거킹이 호주로 처음 들어왔을 때 이미 호주 애들레이드의 조그마한 가게가 버거킹이라는 이름을 먼저 쓰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호주로 버거킹을 들여왔던 잭 코윈이 자신의 이름을 따 헝그리잭스라고 지어 호주에서는 버거킹이 아닌 헝그리잭스라는 이름의 프랜차이즈가 생겼다고 한다.

우리가 여행하는 기간 동안 운이 좋게 호주 오픈테니스대회가 열렸다. 호주오픈테니스 대회는 ITF(국제테니스연맹)이 관장하는 국제테니스대회로, 윔블던·US 오픈·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와 함께 ‘테니스의 4대 메이저대회’에 속한다. 호주 오픈은 1905년 처음으로 개최되어 1968년까지는 호주의 여러 도시의 잔디코트에서 치루어졌다. 1969년부터 프로에게 오픈이 되었으며 그 이후 대체로 1월에 멜버른에서 대회가 치루어지고 있다. 1988년 부터는 Australian National Tennis Centre의 하드코트에서 대회가 개최된다.

사실 테니스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정말 도시 전체가 마치 월드컵과 같은 분위기였고, 또 연일 뉴스에서는 한국인 정현 선수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졌기 때문에 우리도 한 번 구경해보러 가기로 했다.

호주 오픈테니스대회가 열리는 멜버른 파크.
호주 오픈테니스대회가 열리는 멜버른 파크.
강과 파크가 어우러진 멜버른
강과 파크가 어우러진 멜버른

멜버른 파크에서는 다양한 부스들이 있었고 마치 한국처럼 부스에서 맥주와 다양한 음식들도 팔았다. 내 여행의 로망이 잔디에서 피크닉 혹은 잔디에서 맥주 한 캔을 하는 것인데 사실 호주에서는 공원에서 술을 마실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누리지 못했다. 그런데 오픈테니스대회 덕분에 빈 백에 누워 맥주 한 잔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즐겼다. 대형화면을 통해 테니스를 볼 수 있었는데 테니스를 잘 모르지만 잔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대회를 보니 굉장히 재밌었다. 왠지 모르게 외국에 가게 되면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더 생기는 것 같다.

멜버른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하면 아마도 미사거리가 아닐까 싶다. 처음에 ‘미사거리가 뭐지?’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방영했던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배경이 되었던 장소라 ‘미사거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는 미사 거리 예술가
그림을 그리는 미사 거리 예술가
방송 촬영을 하고 있는 미사거리
방송 촬영을 하고 있는 미사거리

포스터를 따라 사진을 찍고 싶어서 그곳을 찾았으나 이곳은 스트릿 예술가들이 계속 그림을 덧대기 때문에 그때의 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운 좋게 한 사람이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스프레이로 과감하게 그림을 그리는데 너무 잘 그려서 넋 놓고 지켜보게 되었다. 또, 우리나라의 벽화마을들이 생각나면서 우리나라에도 미사거리 같은 곳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위적으로 관광지를 만들기 위해 그리는 것이 아닌, 정말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또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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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현

△ 1995년 김해 출생

△ 동원과기대 유아교육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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