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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코로나 100일,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다] (1) 경남지역 발생 현황 분석

총확진자 119명…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기사입력 : 2020-05-28 21:47:44

지난 2월 20일 경남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첫 발생한 후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경남에는 11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 중 115명이 완치 퇴원했고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100일간 지역사회는 코로나19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매일매일 확진자 발생 뉴스에 귀기울이고,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제 사용이 일상화됐으며 각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경남 발생 100일을 맞아 그동안 발생현황과 도내 지자체의 방역대응 등을 정리해보고, 코로나19 발생 전후 지역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어떻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할지 등을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첫 순서는 코로나19 발생 현황을 정리했다.

의료진이 검채 채취를 위해 마산의료원 음압병동 주차장에 설치된 야외 임시 검체 채취장으로 가고 있다./김승권 기자/
의료진이 검채 채취를 위해 마산의료원 음압병동 주차장에 설치된 야외 임시 검체 채취장으로 가고 있다./김승권 기자/

지난 1월 20일부터 5월 28일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도민은 2만7747명, 이 중 확진자 119명을 빼고 2만6964명이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아직도 664명은 검사 중이다. 해외에서 입국했거나 확진자와 접촉, 동선 노출 등으로 자가격리된 사람은 1357명이다.

◇도내 유입 방지 총력전= 경남과 코로나19의 전쟁은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경남도는 다양한 선제적 대응조치에 나섰다. 감염병 재난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 조정하고 감염병 방역대책본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22일 방역대책본부를 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 후 24일 경남도 보건환경연구원에 24시간 검사체계를 구축하는 등 24시간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했다.

턱 밑까지 온 코로나19에 도내 각종 행사가 축소, 취소되는가 하면 개인 위생용품 판매량이 급증하고 예방수칙 준수가 필수가 됐다.

1월 31일에는 경남도가 재난안전대책본부로 운영을 시작했다. 역학조사관 확충에도 집중했다. 기존 도 역학조사관 3명에 더해 2월 초 시·군 공중보건의 29명을 역학조사관으로 임시 임명했고 이어 민간인 역학조사관 5명도 추가했다.

창원 관내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11일만에 발생한 가운데 17일 창원스포츠파크 주차장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형(Drive-Through) 선별진료소'에서 운전자가 보건소 직원의 안내를 받고 있다./전강용 기자/
창원 관내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11일만에 발생한 가운데 17일 창원스포츠파크 주차장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형(Drive-Through) 선별진료소'에서 운전자가 보건소 직원의 안내를 받고 있다./전강용 기자/

집단감염 취약계층에 대한 능동관리와 요양병원 관리에도 도는 적극 나섰다. 도 주관 요양병원 종사자를 전수조사하고 도내 노숙인시설을 일제점검하고 임시격리시설을 별도 설치했다.

2월 6일 전국 17번 확진자와 접촉한 해군 군무원과 군무원의 접촉자 등에 대한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 한숨 돌렸지만, 곧 도내 대학 중국인 유학생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도내에는 11개 대학에 830여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공부 중이었고 개학을 앞두고 700명이 입국을 앞두고 있었다. 먼저 입국한 100여명은 기숙사나 숙소에 자가격리됐고 대학 내 시설을 방역함과 동시에 대학과 보건소 간 핫라인을 구축했다. 이런 가운데 17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3일 후인 20일 경남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


◇날짜별 발생 현황= 코로나 주요 감염경로는 신천지 대구교회와 대구·경북 방문 등에서 촉발됐다. 2월 중순 지역 경계가 인접한 합천, 거창, 밀양, 창녕 등에서 확진자가 잇따랐다. 2월 말에는 침례회 거창교회 신도, 3월 초순에는 창녕 동전노래방 방문자, 거창 웅양면 주민 사이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졌다. 3월 중순 이후로는 해외입국자 중 확진자가 추가로 나왔고 3월 말에는 진주 윙스타워의 집단감염으로 방역당국이 긴장했다. 4월부터 다소 진정세에 들었다가 서울 이태원클럽발 확진자가 전국에서 속출하면서 2차 대유행 우려가 지역을 덮쳤다. 하지만 신고·검사 의무화, 유흥시설 집합금지 행정명령 등 발빠른 조치로 다행히 도내 확진자는 2명에 그쳤다.

2월 20일 도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3월 7일까지는 매일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기간 중 2월 22일 의료진 중 확진자가 나온 한마음창원병원이 임시폐쇄됐다. 23일 마산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에 지정됐고, 25일엔 국립 마산병원이 국가 감염병 전담병원에 지정됐다. 이날 도내 신천지교회시설 일시폐쇄 및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발동된 데 이어 3월 1일 도내 신천지 교인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작됐다. 도내 코로나19 발생 18일 만인 3월 8일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2월 26일 코호트격리 조치됐던 한마음창원병원도 이날 격리해제됐다.

이후 지역사회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자 도는 집단발생대응팀을 신설했으며 비슷한 시기 해외입국자에 대한 전수검사 등 선제적 방역대응에 나섰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어 5월 5일까지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로 4월 9~15일 일주일가량 확진자가 주춤했다. 16일 1명 추가됐고 20일까지 한 명도 나오지 않다가 21일 1명이 발생한 후 5월 10일까지 19일 동안 신규 확진자가 없었다. 지금까지 총확진자는 119명이다.

100일 사이 재양성자 4명(경남 7번, 16번, 92번, 111번), 재재양성자 1명(경남15번)이 나오기도 했지만, 재양성자는 바이러스가 재검출됐을 뿐 감염력이 없다고 보고 18일부터 재검사, 격리조치 등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22일 이후로 신규 확진자도, 서울 이태원클럽 관련 자진신고도 더 추가되지 않는 상태다.

신천지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4일 창원시 성산구의 한 신천지교회 시설이 폐쇄되어 있다./전강용 기자/
신천지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4일 창원시 성산구의 한 신천지교회 시설이 폐쇄되어 있다./전강용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진해 군항제 취소에 이어 벚꽃명소 대부분이 전면통제된 가운데 23일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공원 입구에 방문객 출입을 완전 차단하는 플랭카드가 내걸려 있다./전강용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진해 군항제 취소에 이어 벚꽃명소 대부분이 전면통제된 가운데 23일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공원 입구에 방문객 출입을 완전 차단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전강용 기자/

◇지역별·감염경로별= 도내 18개 시·군 중 통영, 하동, 의령 등 3개 시·군을 뺀 15개 시·군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 119명 중 창원지역 거주자가 31명으로 가장 많다. 거창 19명, 진주 12명, 김해 11명, 거제 10명, 창녕·합천 각 9명, 밀양 5명, 양산 4명, 사천 3명, 고성 2명, 함안·남해·산청·함양에는 각 1명씩 발생했다.

도내 확진자 119명 중 신천지 관련 29명, 해외여행 및 방문 18명, 대구·경북 관련 17명, 대한예수교침례회 거창교회 관련 10명, 진주 윙스타워 관련 10명, 거창 웅양면 집단감염 관련 8명, 창원 한마음 병원 관련 7명, 창녕 동전노래방 관련 7명, 부산 온천교회 2명, 마산의료원 2명, 서울 이태원클럽 관련 2명, 불명 6명, 조사 중 1명 등이다.

김희진 기자


[인터뷰] 황수현 마산의료원장·황미애 간호사

“도민들 ‘응원 백신’ 덕분에 감염 두려움 이겨냈죠”

“경북과 부산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 속에서도 도민들 덕분에 경남이 큰 위기 없이 잘 버텼지요.”

“의료진 덕분에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저희야말로 도민들 덕분에 저희가 하는 일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알게 됐습니다.”

황수현 마산의료원장(왼쪽)과 황미애 간호사가 지난 100일간의 경남 코로나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황수현 마산의료원장(왼쪽)과 황미애 간호사가 지난 100일간의 경남 코로나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경남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00일을 하루 앞둔 28일.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취재진이 찾은 경남 유일 공공의료원이자 감염병 전담병원인 마산의료원의 의료진은 ‘도민들 덕분에’라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서도 경남에선 폭발적인 지역사회 감염이 없었던 공(功)을 지역민들에게 모두 돌린 것이다.

그러나 이날 기자가 들은 의료진의 심리적 압박감과 육체적 고통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를 수준이었다. 의료원 본관에서 만난 황수현 마산의료원장은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맡게 되면서 평소 업무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해야 하다 보니 의료진 일부는 너무 힘이 들어 주저앉거나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며 “경남에 공공의료원이 한 곳뿐이다 보니 도내에서 발생한 환자를 더 책임감 있게 치료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서로 달래며 모두 버텼다”고 털어놨다.

이 시간 동안 의료진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감염 위험이었다. 황 원장은 “질병관리본부가 레벨D 방호복을 꼭 안 입어도 된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의료진 입장에선 레벨D 방호복을 입지 않으면 불안해서 안 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본관 간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22년차 ‘베테랑’ 황미애(46) 간호사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황 간호사는 도내 첫 확진자 발생 후 첫 일요일이었던 지난 2월 23일 아침 가족들과 식사 도중 당일 오후 투입 지시를 받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는 “방호복을 입는 순간, ‘아, 나도 감염에 노출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다”며 “많은 경험이 있어 떨지 않을 줄 알았는데 첫 투입되던 순간 도저히 긴장을 감출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100일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절반이 채 지나지 않은 4월 초순에 찾아왔다. 인공심장실 소속 간호사와 그의 아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였다. 황 간호사는 당시를 떠올리며, 음성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물도 한 모금 마실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가 ‘우리 중 누구라도 걸릴 수 있겠구나’하고 겁났던 것은 사실이지만 동료에게는 어떠한 감정도 없었다”며 “해당 간호사가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기를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도했다”고 말했다.

마산의료원은 지난 2월 말부터 모두 138명의 확진자가 머물렀다가 현재는 도내 환자 3명이 음압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다. 100일간 그 누구보다 고생한 의료진들. 힘들었던 순간마다 그들이 다시 힘을 내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건 지역민들의 ‘응원 백신’과 그들의 존재 이유이기도 한 환자들이 다시 일상을 찾은 것이었다.

황 원장은 “식사와 간식을 비롯해 격려해주신 도민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의료진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힘을 받았다”며 “의료진의 헌신 밑바탕에는 도민들이 있었고, 그랬기에 경남에서 발생한 환자 가운데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었던 것 같다”고 했다.

마산합포구 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이 보내온 그림.
마산합포구 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이 보내온 그림.

황 간호사는 “입원한 확진자 부부가 퇴원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전해주셨을 때와 어린이들이 응원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보내줬을 때 참 뭉클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황 간호사는 옆에서 든든히 지지해준 가족이 있어 보람을 느꼈다고도 했다. “집에 한 달 만에 돌아가 아이들을 만나 뽀뽀를 한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또 애들이 TV에서 ‘덕분에 챌린지’를 보면서 ‘응원할 사람 바로 여기 있는데’라고 말하며 저를 쳐다볼 때 제가 하는 일이 가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그런데 아이들이 절대 간호사는 안 하겠대요.(웃음)”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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