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세상을 보며] 데우스 엑스 마키나- 차상호(뉴미디어팀장)

기사입력 : 2020-06-02 20:24:32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일본 애니메이션 ‘애플시드(apple seed)’의 부제였다. 무슨 뜻인지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애플시드는 디스토피아적인 배경에 안드로이드 여전사와 브레아리오스였나 아무튼 외양부터 로봇 같은 이름의 연인(?)이 나왔기에 마키나? 머신? 아~ 기계사람 뭐 이런건가보다했다.

애플시드 역시 공각기동대 시리즈 중 하나로 생각했다. 뒤에 알게 됐지만 공각기동대 작가의 전작이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말을 다시 들은 것은 ‘알쓸신잡’에서 이었다. 시즌3에서 첫 여행지로 그리스를 갔었는데 출연자들이 대화하며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말을 했다. 고대 그리스의 극장과 연극을 얘기하면서였다.

그제야 찾아본다. ‘문학 작품에서 결말을 짓거나 갈등을 풀기 위해 뜬금없는 사건을 일으키는 플롯 장치’라고 한다. 기계 장치(machina)로 무대에 내려온 신(deus)이라는 뜻이다. 영어로 하면 ‘god from the machine’이라는데 오역이라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이런 비슷한 의미라고 보인다. 당시에 기중기를 이용해 신(으로 분장한 배우)이 하늘에서 무대로 내려오는 연출을 했기에 그렇게 불렸다는 것이다. 뭔가 복잡하게 꼬이고 등장인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면 신이 ‘짠’하고 하늘에서 내려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란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에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뜬금없이 등장해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약간 ‘전가의 보도(傳家寶刀:가문에 내려오는 명검)’같은 의미일 까나?

우리는 가끔, 아니 나는 전가의 보도 혹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상황을 바란다. 그 상황은 내가 자초한 것일 수도 있고, 상황에 내가 빠져버린 것일 수도 있는데 어찌되었건 내가 해결할 수 없거나 해결방법을 찾기 어려운 그때 마치 짱가의 노랫말처럼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짠! 하고 나타나서 해결해주길 바라는 그런 마음 말이다.

지금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숙제’를 받아든 터여서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다.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됐고 주변에서도 내가 해결해주길 바라지만 정작 내가 이걸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 누군가 나의 멘토가 되어 이끌어주면 좋으련만 하고 바라지만 역시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아는게 슬플 뿐이다.

머릿속으로는 멋지게 문제를 해결하는 상상을 수도 없이 하고만 있다. 코로나19도 갑자기 무언가 계기가 나타나 해결됐으면 좋겠고, 혼자서 학교에 갔다가 돌아와야 하는 1학년 내 딸아이 문제도 해결됐으면 좋겠고, 팀이 진행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도 실버버튼을 받았으면 좋겠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멋지게 변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상상한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코로나 확진자는 뜬금없이 여기서 또는 저기서 발생하고, 학원을 돌리려해도 시간이 맞지 않다.

갑자기 팀장직을 맡은 것도 고민인데, 뜬금없지만 경남신문 페이스북, 유튜브에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만 해주셔도 고민 중의 하나인 슬기로운 팀장생활의 해법이 될 것 같긴 하다. 여러분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어주시길.

차상호(뉴미디어팀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차상호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