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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 전 금관가야 귀족무덤 온전히 드러났다

김해 대성동고분군 108호 목곽묘

90% 도굴된 현실 속 ‘기적 사례’

기사입력 : 2020-06-03 07:57:57
김해 대성동고분군 108호 유구 전경./김해시/
김해 대성동고분군 108호 유구 전경./김해시/

금관가야 최고 지배계층 묘역인 김해 대성동고분군(사적 제341호)에서 온전한 상태의 귀족무덤이 발굴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가야 무덤 중 문양이 새겨진 칠기 흔적이 다량 발굴되기는 처음이어서 제4의 제국으로 불리는 가야사 연구는 물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성동고분박물관은 3일 오전 11시 발굴현장에서 이러한 발굴성과에 대한 학술자문회의를 개최하는 데 이어 오후 3시 발굴현장을 일반에 공개한다.

앞서 대성동고분박물관은 문화재청 허가와 발굴비를 지원받아 지난해 12월 9일부터 박물관 북동쪽 평지 3700㎡에서 제10차 학술발굴조사를 하고 있으며 이달 발굴을 마무리한다.

대성동고분군은 지난 1990년 발굴 이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잠정 목록에 오를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가야시대 대표 유적이다. 이번 10차 조사를 통해 시굴조사에서 확인된 가야시기 목관(木棺)·목곽(木槨)·옹관(甕棺)묘 등 70여기의 무덤에서 철기, 청동기, 토기, 칠기, 옥, 유리구슬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특히 108호 목곽묘는 유례가 드물 정도로 보존상태가 완벽에 가까워 가야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108호분은 금관가야 지배계층의 집단묘역인 대성동고분군 내 무덤 입지와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귀족 혹은 장군 묘에 해당된다.

가야 무덤 90%가 일제강점기부터 도굴된 현실을 감안하면 목곽묘의 유구 어깨선 일부만 훼손되고 내부는 온전한 상태로 보존된 108호분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사례로 평가된다.

무덤의 규모는 길이 494㎝, 너비 346㎝, 깊이 60㎝ 정도로 비슷한 시기의 무덤인 대성동 91호(목곽묘) 등과 비교하면 중형에 해당한다. 무덤 축조 시기는 출토된 토기와 철기 등의 편년(연대를 밝히는 학문)을 통해 가야 중심시기인 4세기 초로 추정된다.

당시 실물화폐로 사용된 대형덩이쇠(鐵鋌, 10×40cm) 40매와 둥근고리큰칼(環頭大刀), 화살촉 등 130여 점의 철기와 토기 17점, 청동그릇 1점, 통형동기(筒形銅器) 1점, 청동화살촉 1점, 방추차형 석제품, 대롱옥장식 목걸이와 굽은 옥장식 목걸이 각 1점 등 총 200여 점의 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대성동고분군 내 같은 시기 목곽묘 중 그리 크지 않은 중소형의 목곽묘임에도 북방대륙계 유물인 청동그릇과 왜계 유물인 통형동기, 청동화살촉 등이 출토된 것은 금관가야의 국제적 위상과 교역활동이 그동안 연구보다 훨씬 더 활발했음을 시사한다.

무덤 주인은 동쪽편에 치우친 덩이쇠 위에 놓고 그 위에 다시 화살무더기를 덮은 형태인데 큰 칼과 창 등 다른 무기도 집중적으로 출토돼 장군 또는 귀족무사로 추정된다. 무덤 주인 우측편에는 점토를 깔아 관자리를 마련했는데 방추차형 석제품과 굽은 옥으로 장식한 목걸이 등으로 보아 여성으로 추정된다. 향후 연구가 더 진전돼야겠지만 부부를 나란히 한 무덤에 배치했거나 순장자를 나란히 배치한 사례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가야 목곽묘 중 첫 사례여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목곽에 옻칠을 한 흔적이 남아 있으며 출토유물 중 상태가 온전하지는 않지만 다량의 칠기 목제품을 부장한 것이 확인됐다.

칠기는 나무에 조각을 새기고 조개가루(貝粉) 혹은 뼛가루(骨粉) 등으로 메운 후(象嵌), 붉은색 수은주와 옻칠로 마감한 상자, 망태기 등이다. 하지만 목심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수량과 형태, 구조를 알 수 없지만 가야에서 자체 제작한 유물로 추정된다. 이처럼 무덤 내부에서 문양과 칠기 흔적이 다량으로 출토되기는 국내에서 사례가 극히 드물며 가야 무덤에서는 최초다.

발굴 관계자는 “이번 발굴은 가야사 연구에 획기적 자료이며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도 도움 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jg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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