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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 이수경(로펌 더 도움 변호사)

기사입력 : 2020-06-16 20:20:53
이수경 로펌 더 도움 변호사

벌써 6년도 더 된 이야기다. 30대 청년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다. 청년은 한 날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늦은 밤에 집으로 귀가했는데, 술기운에 집을 제대로 못 찾고 엉뚱한 집에 가서 벨을 눌렀다. 당연히 집 주인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청년은 자신의 집이 맞는다며 가지 않고 행패를 부렸다. 집 주인의 부름을 받은 경비원이 나와서 다른 집임을 알려줘도 막무가내였고 결국 현장에 경찰관이 나와 설명했지만 경찰관에게도 자신의 집이 맞는다며 행패를 부리다가 폭력을 행사하고 말았다. 전형적인 공무집행방해 사건이었고 청년은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며 뉘우치고 있었다. 청년은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초범이었기에 형이 무거워야 집행유예 정도겠지 했는데, 결과는 실형 6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권력 행사에 따른 피해에 대해 면책 범위가 넓지 않다. 그래서 민원인과 몸싸움이라도 나면 쌍방폭행이 되기 일쑤고 공무원 신분에 형사벌과 별도로 징계를 받을 수도 있어서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미국이라면 어땠을까? 최근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경찰의 공권력은 막강하다. 조지 플로이드가 목 졸림을 당하는 그 긴 시간 동안에 시민들은 동영상을 촬영할지언정 어느 누구도 목을 누르고 있는 경찰관의 몸에 손을 대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감히 공무집행방해라는 죄는 생각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공권력 행사에 따른 피해에 대해 면책의 범위가 넓고 총기 사용이 자유롭기 때문일 것이다. 그로 인해 경찰의 인종차별적 과잉진압이 종종 문제되었고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미국 전역에 걸쳐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의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시위의 형태를 보면 평화적으로, 마치 축제처럼 이루어졌던 우리나라의 탄핵 촛불 집회와 달리 미국은 경찰과 시위대의 무력 충돌은 물론이고 일부 도시에서는 방화, 절도 등의 범죄도 발생했으며 시위 중 또 다시 과잉진압으로 시민이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쉽게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권력에 대한 면책범위는 좁지만 시위는 평화적이었던 우리나라와 공권력에 대한 보호는 막강하나 시위는 폭력적인 미국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회학자들은 공권력의 대응방식을 강조한다. 즉 시민들은 처음부터 폭력시위를 벌이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공권력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폭력적 양상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성향이 폭력적이라기보다는 트럼프 정부에서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주 방위군까지 동원해 제압하고 있으며 경찰은 여전히 강경한 진압 태도를 보이며 과잉진압을 하기에 민심을 더 자극해서 분노가 확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최근에 있었던 탄핵 촛불 집회 당시 우리나라 경찰은 대통령이 탄핵위기에 처해 혼란한 상황에서 시위대에 대한 과잉 대응을 자제하며 성난 민심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고 과거 폭력 집회를 학습한 시민들 또한 공권력 투입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서로 충돌을 피한 채 시위 자체에 집중했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옛 속담이 있다. 미운 사람일수록 잘해 주어야 미운 마음도 사라지고 엇나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처럼 공권력 행사에 따른 피해에 대해 면책의 범위를 넓히면서도, 그 행사에 있어서는 미국의 현 인종차별 시위를 반면교사 삼아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악성 민원인을 대하고, 또 이전 탄핵 촛불 시위처럼만 성난 민심을 대한다면 공무집행방해나 폭력시위는 사라지거나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수경(로펌 더 도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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