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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남북 통신 단절- 김재익(편집팀 편집위원)

기사입력 : 2020-06-16 20:21:02

현대는 소통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없었다. 소통 부재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은 수없이 많다. 러시아 제국에 맞서 오스만 제국과 영국 등 연합국이 3년간 벌인 크림전쟁 중 발라클라바 전투도 그런 사례이다. 영국 경기병대에게 단어가 빠지고 마침표가 잘못 찍힌 잘못된 명령서가 전달됐지만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이 전투에서 영국 기병 900여명 중 194명만 살아남았다.

▼상대방을 믿지 않는 소통 부재로 나라가 멸망한 경우도 있다.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강성했던 호라즘 제국은 몽골 제국 칭기즈칸이 화친의 뜻으로 보낸 편지를 오해했다. 칭기즈칸은 많은 교역품과 함께 500여명의 사절단을 보냈지만 1명만 살아남고 모두 죽임을 당한다. 한 번 더 보낸 사신 역시 죽이거나 수염을 불태우고 돌려보냈다. 격노한 칭기즈칸은 아들들을 대동하고 호라즘 정벌에 나섰고, 방대한 땅을 호령하던 호라즘 제국은 3년 만에 지도에서 사라지게 된다.

▼남북 관계가 소통이 단절된 심각한 국면이다.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 이후 남북 정상 간의 핫라인인 통신연락 채널을 차단했다. 북한은 여기에 더해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과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 전화도 응답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무력도발 등을 암시하는 추가 담화 후 어제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소통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채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민들도 불안하다.

▼정부는 북한의 담화에 대해 즉각 전단살포금지법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탈북자단체를 법인 취소, 수사 등으로 압박했다. 어제의 합법이 오늘은 불법처럼 비쳐진다. 정부가 대북관계에서 굴종적이라는 지적도 여기서 나온다. 북한의 연이은 담화를 보면 이번 상황이 대북전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북한의 진의 파악이 급선무다. 그러자면 소통의 연결고리를 회복해야 한다. 그 소통은 굴종이나 눈치보기 없는 상호 소통이어야 한다.

김재익(편집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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