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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함양 출신 장용진 美 키스 프로덕츠 대표

“미국 사업 번창할수록 고향 사랑 깊어지네요”

매년 고향서 경로잔치 열고 후배 초청 어학연수… 장학금 후원도

기사입력 : 2020-06-17 22:04:55

◇나의 뿌리는 고향 함양과 어머니

“코로나19 때문에 올해 예정됐던 어르신들의 경로잔치를 열지 못해 매우 안타깝습니다. 고향 함양 안의면에 계신 어머니와 동네 어르신들을 함께 모셔 성대하게 잔치를 열어드리고 싶었는데….”

키스 프로덕츠 장용진(59) 대표는 매년 잔치를 열어 얼굴을 뵙던 동네 어르신을 뵙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장용진 키스 프로덕츠 대표./키스 프로덕츠/
장용진 키스 프로덕츠 대표(사진 가운데). /키스 프로덕츠/

장 대표는 20년이 넘도록 고향인 함양군 안의면 고향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 위안잔치를 마련했다. 이 경로잔치는 다른 잔치와는 의미가 다르다. 장 대표는 모친 이순금 여사를 비롯해 고향 마을 어르신들을 부모님이라고 생각해 정성으로 모시고, 키스사의 임직원들이 함께 참여해 효의 소중함과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것을 배우게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장 대표의 효심은 안의면에서 이미 소문이 나 있다. 지난해는 미국 현지에서 세계 각지의 해외 바이어와 손님들을 초청해 창립 3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국에서 전해온 모친 병환 소식에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고향으로 달려온 그날로부터 지극 정성으로 병 수발을 했다고 한다. 기업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장 대표는 “자식의 도리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장 대표가 20년 이상 고향 어르신들을 위한 행사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키스 홍보대사인 정광석(전 함양산청축협 상무)씨의 숨은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 홍보대사는 지역에서 역시 효자로 알려져 있는데, 자신의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장용진 대표의 경로잔치 준비를 도왔다.

매년 고향 함양서 경로잔치를 여는 장 대표.
매년 고향 함양서 경로잔치를 여는 장용진 대표.

◇1974년 미국 건너가…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진입 목표

장용진 대표는 1961년 12월 함양군 안의면에서 출생한 재미교포 사업가다. 1989년 글로벌 뷰티 기업 키스 프로덕츠(Kiss Products, Inc)를 창립했다. 이 회사는 인조손톱, 화장품, 속눈썹, 각종 미용기기 제품 등을 생산, 유통, 판매하는 업체다.

장 대표는 1974년 안의중 3학년 때 졸업사진을 찍고는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어린 나이였지만 농장에서 일하는 등 여느 이민자들과 같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특히 고향에 두고 온 친구들 생각,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전혀 다른 미국 생활에의 적응,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자 학업과 노동을 겸하였던 여러 가지 어려웠던 기억들을 회고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학업도 게을리 하지 않고 미시간 주립대학교와 미시간 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장 대표는 키스 프로덕츠를 미국 경제 전문지인 포춘이 선정하는 미국 500대 기업에 진입하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89년 미국 뉴욕주 플러싱이라는 도시에서 조그만 창고를 창업한 장 대표는 성장을 거듭해 현재 본사 직원이 700여 명이며, 세계 180여개국에 진출했으며, 한국 등 9개국에 11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헤어염모제와 색조화장품, 인조손톱 등 1000여 종의 품목을 생산해 미국 내 3만개 백화점에 납품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인조손톱 시장 점유율 90%이상으로 브랜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장 대표는 수년 전부터 고급 화장품과 미용기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뉴저지에 종합 물류센터를 만들었다. 이어 지난 2017년 뉴욕 포트와싱톤에 있는 정밀필터 제조업체를 인수한 후, 직원들에게 최상의 근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1년 이상 내부 구조를 변경해 지난해 12월 이전했다.

장용진 대표의 경영철학은 ‘사람이 먼저’라는 인본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뷰티케어 분야의 혁신적 글로벌 리더가 되자’는 비전을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포춘 500대 기업’ 진입이라는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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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고향 함양서 경로잔치를 여는 장용진 대표.

◇ 뼛속까지 한국인

키스 프로덕츠는 화장품 용기를 비롯해 기초 원자재와 기본재료는 가능한 한국 제품만 사용한다. 이것은 장 대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업 운영 방침이자 애국심의 표시이다.

장 대표는 “한국 원자재의 가격이 비싸고 수입경비 부담이 더 되더라도 한국산을 이용하려고 노력한다”며 “한국 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고국의 외화 획득에 기여하기 위한 저의 성의”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또 한국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한국의 고급 인력을 선발해 키스 프로덕츠 본사는 물론 중국 공장 등에 파견해 신기술 개발에 참여시키고 있다.

이처럼 장 대표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정체성이다. 한국의 설날과 추석을 사내 공휴일로 정하여 20년이 넘게 지속해 키스사의 독특한 기업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 추석에는 한인 직원뿐만 아니라 타 민족 직원들도 한복을 차려 입고 한국의 풍습을 체험하며 한국 문화를 배우고 있다.

키스 프로덕츠의 직원 연수도 특별하다. 미국에 연수 시설이 있지만 2년에 한번은 장 대표의 고향인 함양 안의에서 열흘간의 일정으로 임직원 연수를 갖는다. 이 연수를 통해 자신의 경영철학과 함양 고향의 정기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열흘간의 격의 없는 소통과 활동 등을 통해 ‘열정, 도전, 혁신, 화합, 결과’이라는 키스사의 핵심가치를 나누고 있다. 장 대표는 “올해도 임직원 연수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일정을 잡을 수가 없다. 연수를 기다리는 직원들이 많은데 진행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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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고향 함양서 경로잔치를 여는 장용진 대표.

◇ 숙명같은 고향 사랑

장용진 대표는 미국에서 키스 프로덕츠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자,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고향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장 대표는 함양군 미국시장개척단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함양군 시장개척단이 지난해 10월 미국 롱아일랜드 노스 햄스테드와 나소 카운티를 방문했을 때 장 대표의 지원으로 함양산삼엑스포 홍보와 농산물 수출 확대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함양군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키스 프로덕츠 초청 어학연수 프로그램인 ‘키스비전 프로그램’이다. 함안군내 중학생 20여명은 지난 2005년부터 매년 키스사의 펜실베이니아 포코노 ‘비전센터’에 입소하고 워크숍에 참석해 꿈과 비전을 키우고 있다. 참석자들은 귀국 후 보고회를 갖고 소감 발표를 통해 자신의 꿈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장 대표는 이밖에 안의중 장학금, 안의중 학교발전 기금, 한국전통예술회 후원, 안심마을회관 건립비 등 고향발전을 위해 27억 원 이상의 나눔을 실천해 오고 있다.

정광석 홍보대사는 “선행을 할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것이 장 대표의 지론인데 이렇게 알리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장 회장의 한결같은 함양 사랑의 결실로 지난 2004년 함양군민 상을 시작으로 2013년 대한민국 국민포장 그리고 2014년에는 함양군 교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희원 기자 seh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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