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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창녕 아동학대 취재 유감

기사입력 : 2020-06-22 08:10:52
김재경 사회팀
김재경 사회팀

창녕 아동 학대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가해자 부모 모두 결국 벌을 받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경찰이 창녕 아동 학대 사건과 관련 계부를 검찰에 먼저 송치하고 친모에 대해 조만간 신병처리 방침을 밝히기로 해 수사는 머지않아 일단락될 것이다. 아동 학대 사건의 가장 큰 증거는 피해 아동의 몸에 남겨진 상처와 피해 진술이다.

피해 아동 온몸에서 발견된 상처는 아동 학대에 의한 것이라는 의사 소견이 나왔으며, 피해 아동은 계부와 친모로부터 각각 또는 둘 모두에게 가혹한 학대를 당했다고 일관된 진술을 했다. 부모는 검찰에 먼저 송치되거나 검찰에서 법원으로 기소되는 것이 시기의 차이일 뿐 모두 법정에 서서 합당한 죗값을 치를 것이다.

이 사건이 세상에 밝혀진 것은 먼저 소녀의 용기 있는 탈출과 진술이 있었다. 9살 소녀는 목숨을 걸고 4층 집에서 옆집 테라스로 넘어 탈출했다. 소녀는 부모가 자신의 손을 지지고 쇠사슬로 목을 묶는 등 자신이 겪은 일을 어렵사리 털어놨다.

우리는 경악했고 사회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에 분노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학대 어린이 보호시스템을 빈틈없이 갖추라”거나 “아이를 만나 보듬어 주는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소녀의 용기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사건은 자칫 감춰질 수 있었다. 형법상 피의사실을 알리는 것과 아동학대처벌법상 비밀을 누설하는 것 모두 범법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건은 지난 5일 본지 지면에 최초 보도돼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은 법 위반을 들며 사건을 상세히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다각도의 취재와 노력 끝에 9살 소녀가 계부와 친모 아래 학대를 당한 내용이 최소한 사실로 게재됐다.

이어 경남교육청이 사건 감사에 착수하는 등 빠르게 공론화됐다. 지역 사건은 전국에 알려졌고 여아 구출 시민과 아동보호기관, 경찰 등을 인용한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전모가 드러났다.

현재 법으로만 따지면 경찰과 아동기관, 언론 등 모두가 법을 어긴 셈이다. 다시는 아동학대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지만 제2, 제3의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 시스템상 부족함은 없는지 계속 감시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 내부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오히려 더 감춰질까 걱정이다. 법이 진실을 알리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면 고쳐야 한다. 우리는 과거부터 진실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목격하지 않았는가.

김재경 (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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