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창원 관광의 길’] ① 관광 트렌드가 바뀐다

코로나 이후 ‘소그룹·지역·자연 관광’ 잡아라

코로나 직격탄 맞은 창원 관광

기사입력 : 2020-06-22 21:36:29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관광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초 관광객 2000만 명 유치 목표를 선언한 창원시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창원 관광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관광 질서에 대비하는 창원시의 대책을 짚어보고 창원 관광 콘텐츠와 향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올 봄 진해는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아름드리 벚나무가 하천을 따라 늘어서 벚꽃 터널을 이루는 여좌천을 비롯해 경화역, 제황산 공원, 안민고개 등 진해구 일대에 36만 여 그루가 일제히 솜사탕 같은 벚꽃을 피웠다.

그러나 상춘객은 없었다. 사람들은 전국 최대 벚꽃 군락지인 진해의 풍경을 창원시가 제작한 온라인 동영상으로 감상했다. 이른바 ‘랜선 벚꽃 놀이’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이색 콘텐츠로 떠올랐다.

◇창원 방문객 2000만 명 유치 ‘비상’

“코로나19는 결국 지고, 진해 벚꽃은 다시 필 것입니다. 내년에는 우리 함께해요.”

지난 4월 창원시가 제작한 ‘랜선 진해 벚꽃 놀이’ 영상의 말미에 등장하는 문구다. 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 대표 축제인 진해군항제를 취소하고, 벚꽃 개화 시기 동안 진해구 주요 관광지를 전면 폐쇄했다. 1963년 축제가 시작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군항제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이 무려 412만 명에 이르고, 축제 기간 진해에서 소비한 비용이 2345억원에 달할 정도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상당한 만큼 ‘축제 전면 취소’라는 창원시의 결정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지난 3월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공원 입구에 방문객 출입을 차단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경남신문DB/
지난 3월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공원 입구에 방문객 출입을 차단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경남신문DB/

그러나 창원시가 신년 브리핑에서 선언한 ‘관광지 방문객 2000만 명 유치 목표’ 달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진해군항제와 더불어 지역 대표 축제로 꼽히는 ‘창원 케이팝(K-pop) 월드 페스티벌’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각국 예선에 차질이 생기면서 취소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이동 제한은 창원 관광의 위축을 가져왔다. 유엔 산하 세계관광기구(UNWTO)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국제 관광객이 전년 대비 최대 80%가량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 2018년 창원 방문의 해부터 이어온 ‘산업 도시’에서 ‘관광 도시’로의 이미지 전환에 제동이 걸리진 않을까 고심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창원시 ‘포스트 코로나’ 대비 시동

창원시는 관광 분야 ‘포스트 코로나’ 대비에 일찌감치 시동을 걸었다. 지난 4월 1일 시청 시정회의실에서 열린 관광전략회의에서 허성무 시장은 “상당 기간 코로나19와 공존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맞는 관광 정책을 추진해 줄 것”을 실·국·소장들에게 당부했다.

시는 당장 축제 취소 등으로 침체된 지역 관광업 및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 추진에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 관광객 유치 여행사에 인센티브 확대 지급 및 각종 지원 조건을 완화하기 위해 관련 시행 규칙을 개정했다. 이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 여행사 200여 곳에 100만원씩 지급하는 등 직접적인 지원책도 내놨다.

아울러 창원의 대표 관광지 방문 후 스탬프를 찍으면 누비전(창원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모바일 스탬프 투어’ 이벤트를 7월 12일까지 펼친다. 타지역 관광객을 대상으로 창원에서 짧게는 3일, 길게는 한 달 동안 머물게 하는 ‘창원에서 한 달 살기’ 또한 체류형 관광 소비를 유도하고, SNS를 통한 홍보 효과까지 가져올 것으로 본다. 이달 27일 열리는 ‘창원시장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 경기대회’ 참가 대상을 대학생에서 모든 연령대로 확대한 것도 가족 단위 방문객 증가에 따른 소비 활성화 기대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 화폐와 묶은 각종 골목상권 이벤트 및 외국인 관광객 모객 여행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실시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를 적극 대비하고 있다.

또 벚꽃이 피는 봄철 창원 주요 관광지 풍경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미국, 유럽, 동남아, 중화권 등 34개 국가에 있는 여행사에 배포해 내년에 열릴 진해군항제를 미리 홍보하고 나섰다. 지난해 군항제 방문객 410만여명 중 34만여명이 외국인 관광객이었으니 내년도 기대해 볼 만하다.

◇관광 트렌드 변화, 전화위복 될까

앞서 허 시장이 관광전략회의에서 언급한 코로나19와 공존하는 관광은 어떤 모습일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 관광 활성화 열쇠는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한 ‘언택트(untact) 관광’에 있다.

감염 불안이 사그라들더라도 상당 기간 국내 여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나 홀로 또는 가족 단위 소그룹 여행, 자연에서 힐링 여행, 지역 내 체류형 여행 등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북면 달천공원과 가포수변 오토캠핑장, 북면과 동읍 낙동강 수변공원은 캠핑객이 몰려 ‘코로나 시대’ 새로운 관광·여가문화를 만들고 있다.

지난 20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본포수변생태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캠핑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지난 20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본포수변생태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캠핑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는 이 같은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마산과 창원, 진해의 매력이 한데 어우러진 창원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물론 우수한 역사·문화 자원 등 새로운 관광 질서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및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지역 내 각종 관광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도 로컬 여행 활성화에 고무적이다.

허성무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창원 관광 정책은 ‘체류형 개별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되 침체된 지역 상권을 즉각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여행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관광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관광 패러다임의 전환이 사계절 체류형 관광 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는 창원시에게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지는 변화에 대응하는 차별화된 정책 개발 등 지속적인 노력 여하에 달렸다.

이종훈 기자 leejh@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종훈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