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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1999년- 조고운(문화생활팀 기자)

기사입력 : 2020-06-29 20:35:37

1999년은 유별난 한 해였다. 1000년대의 마지막 해라는 타이틀은 모두를 달뜨게 했다. 새천년에 대한 희망이 넘쳤고, 이를 기념하는 크고 작은 이벤트가 잇따랐다. 그 해 7월로 예언됐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은 사회를 혼란스럽게 했지만, 결국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끝났다. 집집마다 개인PC를 들이기 시작했고, 인터넷을 기반의 새로운 세계를 향한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는 해이기도 했다.

▼최근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는 개그콘서트와 싸이월드도 1999년에 시작됐다. 한때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이용자 3000만명이 넘었고,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25%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사라졌고, 갑작스러운 끝을 맺게 된 것이다. 싸이월드는 지난 5월 26일부터 폐업상태로 접속 자체가 불가능해 졌다. 그리고 한 달 뒤인 지난 26일엔 개그콘서트가 눈물의 종영방송으로 이별을 고했다.

▼한 시절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이들의 마지막 뒷모습은 그리 멋지지 않았다. 재정난을 겪던 싸이월드는 세금 미납으로 국세청 직권으로 폐업 당했고, 수 많은 이용자들이 백업도 제대로 못한 채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개그콘서트 역시 종영을 추진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결국 시청률 3%대로 쓸쓸한 퇴장을 했다. 싸이월드를 꼭 살리겠다는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의 인터뷰와 개그콘서트 포에버를 외치는 개그맨 윤형빈의 외침이 공허하게 귓가를 맴돈다.

▼이들의 출발점에 시선이 간 것은 네이버(NAVER)와 다음(DAUM)의 시작도 같은 1999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발 빠른 합병과 체질 개선을 통해 몸집을 키웠고, 국내 거대 공룡으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네이버나 다음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를 만들었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내일을 향한 다양한 실험을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그 활용에 따른 결과 차이가 새삼스럽다. 지금으로부터 21년 뒤인 2041년, 과연 우리는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조고운(문화생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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