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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이제 해수욕장도 신호등에 따라야 하나?- 이준희(사회2팀장)

기사입력 : 2020-06-29 20:35:38
이준희 사회2팀장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해변으로 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 줘요~”. 여름철이면 많은 젊은이가 해수욕장에 모여 신나게 즐겨 부르던 ‘해변으로 가요’는 이제 추억 속의 한 장면이 될 듯하다.

올해부터 해수욕장에 혼잡도 신호등과 사전예약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더우면 언제든 윗옷을 벗어던지고 바다로 뛰어들던 풍경은 사라지고 이제 해수욕장도 미리 예약을 해 줄서서 들어거거나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가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이 또한 코로나 19가 가져온 웃지 못할 풍경이지만 씁쓸하기만 하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예방을 위해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 분산 대책으로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을 7월 1일부터 도입 운영한다고 한다. 해수욕장의 혼잡도를 초록색·노란색·빨간색으로 표시해주는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제는 해수욕장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인원 대비 이용객의 비율을 교통신호등처럼 색깔로 표시해주는 것이다. 이용객이 적정인원의 100% 이하면 초록색, 100~200%이면 노란색, 200%를 초과하면 빨간색으로 표시해 피서객들이 해수욕장을 찾는 것을 줄이겠다는 의도이다. 전국 해수욕장 가운데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비롯해 대형 해수욕장 10개는 7월 1일부터 도입하고, 본격적인 더위와 여름 휴가가 집중되는 중순께 전국 50개 해수욕장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적정인원은 백사장 내에서 최소 2m 거리 유지를 위해 백사장 면적을 1인당 소요면적(약 3.2m)으로 나눠 산정하며, 이를 위해 KT가 보유한 빅데이터 정보기술을 활용해 30분 간격으로 집계하고 신호등에 반영할 계획이다. 경남에서는 도내 25개 해수욕장 가운데 남해 상주 은모래비치해수욕장이 포함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상주 은모래비치는 전국 50개 해수욕장 가운데 가장 밀집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해수욕장이 붐비는 정도를 피서객들에게 공개해 방문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좋지만, 과연 이 제도가 얼마나 피서객들에게 도움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특히 완도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 신안 대광해수욕장 등 전라남도 14개 해수욕장을 대상으로 한 ‘해수욕장 예약제’ 시범 운영은 탁상행정의 한 면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말 그대로 해수욕장에 가려면 사전 예약을 해야만 바다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 시스템을 방문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아무리 방역 대책이라고 하지만 구획이 넓은 해수욕장에 출입구를 하나로 통일해 사전예약을 받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밀려드는 피서객을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돌려보낸다면 이들의 반발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충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 국민이 여름철 가장 즐겨 찾는 관광지 중 한 곳이 바로 ‘해수욕장’이다. 도내 5개 시군 26개 해수욕장도 1일부터 순차적으로 개장해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경남도는 해수욕장 코로나19 현장대응반을 구성·운영해 코로나19 예방과 확산방지에 대비하고 있다. 해수욕장 일일 방문객이 50만~100만명을 넘어서는 해운대 해수욕장 등은 지난날의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해수욕장 신풍속도를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할지는 이제 우리들의 몫으로 남았다.

이준희(사회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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