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48) 밀양 소태리 오층석탑 (보물 제312호)

꽃도 지고 탑도 지고 있었다

기사입력 : 2020-06-29 22:00:45

매화 지고 있었다

탑도 지고 있었다

지지 않는 절보다

지고 있는 석탑이

봄과 더

어울린다고

벗님은 말했다


밀양시 청도면에 위치한 천죽사 경내에 있는 소태리 오층석탑(보물 제312호)은 꽃과 대나무가 함께 어울려 서 있다. 대부분 탑들은 절 한가운데 있거나, 폐사지 공터에 홀로 선 경우가 많은데 이 탑은 꽃나무에 둘러싸여 있어 정겹다. 봄이면 매화가 피고 여름이면 백일홍이 핀다. 그 꽃들 속에서 유난히 흰 빛을 드러내는 화강암으로 만든 5층탑이 선명하다. 내가 찾은 날은 매화 분분히 지는 황혼 무렵이었다. 산비둘기 울음 속에서 꽃 지고 탑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1919년 탑 상륜부에서 고려 예종 4년(1109)이란 당탑조성기가 발견되어 탑 건립연대를 알 수 있다. 수리 정비 이전에는 괴임석이 땅에 묻혀 있었는데, 2002년 정비하여 한결 안정감을 주고 있다. 단층 기단 위에 5층으로 탑신을 올린 형태인데, 기단 구성이 독특하고 옥개석도 특색이 있다. 탑 앞에서 벗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상당한 시간을 보냈는데 마침 염불소리도 끊어지고, 아무도 만나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

사진= 손묵광, 시조= 이달균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