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기자수첩] 난장판 도의회, 부끄러움은 도민 몫

기사입력 : 2020-07-01 21:15:02

후반기 의장단을 구성 중인 도의회가 난장판이다. 민주주의의 전당이라 불렸을 때가 있나 싶다.

갈등의 시작은 당내 경선 절차를 무시하고 본선에 바로 나간 민주당 김하용, 장규석 두 후보였다. 두 후보가 의장과 제1부의장에 당선되자 본회의장에서 퇴장해 임시회를 파행시킨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임시회 파행 책임을 서로 미루던 민주당과 통합당의 갈등으로 제2부의장에 단독 출마한 통합당 예상원 의원이 낙선하고, 민주당이 제2부의장에 후보까지 내면서 양당 갈등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통합당이 양당 합의로 선출했던 2개 상임위원장에서 사퇴했고 급기야 신임 김하용 의장이 원활한 원 구성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임시회 일정을 돌연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갈등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증폭돼 이제는 산사태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몸집을 키웠다. 이대로라면 오는 9일 본회의가 열린다해도 제2부의장 선출, 상임위 구성 등이 제대로 매듭지어질지 알 수 없다. 어영부영 매듭은 짓는다 해도 향후 후반기 의정활동이 결코 순탄할 리 없다.

7월 1일, 의장단은 물론 원구성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11대 후반기 경남도의회가 출발했다. 당내, 양당 갈등 속 탄생한 의회는 첫날부터 통합당의 기자회견, 민주당의 의장실 항의 방문 등으로 내내 시끄러웠다.

도의회 내 갈등이 정점을 찍은 이날, 의원들의 입에서 의외의 단어가 나왔다. 바로 ‘도민’이다.

본회의 취소에 대한 항의를 위해 의장실을 방문한 민주당 한 의원은 의장에게 “도민들만 보고 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따졌고 의장도 “도민들을 생각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답변한다. 통합당도 기자회견 말미에 “도민만 보고 가겠다”며 격려를 당부한다.

기자가 보기에 지금 도의회에 도민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의원 개인과 각 정당의 셈법만이 얽히고 얽혔을 뿐이다.

“변화와 혁신으로 도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도의회가 정문에 내걸은 현수막에 쓰인 문구다. 하루도 빠짐없이 다툼과 반목만을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직시하길 바란다. 비단 경남도의회만이 아니라 여러 곳곳의 의회서 비슷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의장단 자리가 얼마나 욕심나는 자리인지 잘 알겠다. 욕심을 내든, 그렇지 않든 알아서 할일이지만 적어도 ‘도민’ 핑계는 대지 말자.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 연일 이어지는 짜증나는 뉴스에, 지역에서도 유사한 보도가 쏟아지자 “정치 자체에 염증이 난다”는 도민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이지혜 (정치팀)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지혜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