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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비거 논란- 강진태(진주본부장·국장)

기사입력 : 2020-07-02 20:54:07

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비거 관광자원화 사업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비거는 진주시가 향후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자원으로 보고, 향후 5년간 12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문화콘텐츠화 해서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진주시의회 일부 시의원과 역사시민모임,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등의 시민단체들이 이 사업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왜 이들은 이 사업에 대해 반대하는 것일까? 시가 고증되지 않는 신빙성 없는 이야기를 마치 역사적 사실처럼 묘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고,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사업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다. 현재 양측의 입장이 극과 극이라 접점을 찾기도 어려워 보여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날으는 수레’라는 뜻을 가진 비거(飛車)는 신경준(1712~1781년)이 지은 여암유고에 맨 처음으로 발견된다. 두 번째로 신경준보다 80년 후에 태어난 이규경(1788~)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있는 비거변증설에 나온다. 신경준은 갑술년(1754년)에 수레에 관해 묻는 과거시험의 질문에 답으로 ‘홍무 연간(1368~1398, 고려말)에 왜구가 고을 수령에게 수레 타는 법을 가르쳐, 성에 올라 풀어놓으니 단번에 30리를 갔다고 기록했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임진년에 왜적이 창궐했을 때 영남의 고립된 성의 성주와 아주 친한 사람이 기이한 기술로 비거를 만들어 성안으로 날아 들어가 친구를 타게 해 30리를 날아가 적의 칼끝을 피했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임진년 진주성 전투에서 비거가 날았다는 것은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임진왜란 관련 수많은 문헌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신빙성 없는 이야기로 시가 돈을 벌기 위해 거짓 역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시측은 역사적 사실과 관광자원화 사업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한다.

사실 관광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진주는 오래 전부터 제대로 된 관광 콘텐츠 개발이 요구돼 온 만큼, 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비거는 상당히 좋은 소재인 것만은 틀림없다.

시민단체나 시측이 이 같은 사실로 접근하지 않고 역사적인 사실 여부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특히 시가 지난 3월 시정소식지에 기고한 기사 등은 역사적 사실로 묘사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렀다. 이 논쟁의 해결 방안은 간단하다. 향후 시는 비거 관광자원화 사업은 역사적인 고증 여부와 관계없이 스토리텔링으로 추진된다는 것을 공식화해야 한다. 시민단체는 이를 인정하고 역사적 관점의 논쟁을 멈춰야 한다. 양측이 조금만 시각을 바꾸면 원만하게 풀릴 수 있다. 전국 각지에는 춘향전, 흥부전, 홍길동전 등 진주의 비거보다 훨씬 허무맹랑한 사실들이 관광자원화돼 많은 사람들이 이를 찾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참고하기 바란다.

강진태(진주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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