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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허기진다는 말- 조화진(소설가)

기사입력 : 2020-07-02 20:54:05
조화진 소설가

사람들은 곧잘 말하곤 한다. 입맛이 변했는지 요샌 맛있는 게 없다고, 어디가나 똑같은 맛이라고. 맛집이라고 소문난 식당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장면은 흔해졌다. 맛집 앞에서 줄 서거나 줄 서는 게 싫어 안가는 사람 두 부류다. 나도 줄 꽁무니에 서서 한 시간씩 기다렸다가 먹고 온 적이 많다. 맛있게 먹을 걸 상상하며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지 않고 즐겁다. 휴대폰 메모 창에 맛집이라고 소문난 음식점 상호를 적어놓고 그 지역에 가면 꼭 먹고 온다. 우리나라는 재료가 풍부하고 수입산도 많이 들어와서 맛있는 게 넘쳐난다. TV 채널만 돌리면 먹방도 넘치게 많고, 음식이 디테일하게 소개되며 정보도 널려 있다. SNS를 뒤지면 맛집은 쉽게 찾아진다. 이렇게 풍요로운 세상인데 자꾸만 허기진다. 어릴 때 먹던 맛을 기억해 장을 봐 이것저것 해봐도 그 맛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맛이 안 나고 흉내만 내는 가짜 맛이다. 줄서는 맛집을 순례해도 그때 뿐, 뭔가 조금 아쉽다. 딱 이 맛이야, 내가 원한 맛이 이거였어, 하는 게 잘 없다. 내 입맛이 변한 걸까. 조리법이 바뀐 걸까. 너무 맛있는 걸 많이 먹어 입맛이 변해서 맛이 없다고들 말한다. 외식도 자주 하니 질린 걸까? 이집 저집 순례해 보지만 거기서 거기고, 다시 가고 싶은 집은 별로 없다. 결론은 그냥 먹을 만해서 간다.

김애란의 소설 ‘칼자국’의 어머니는 일생 동안 끊임없이 칼을 쥐고 먹을 걸 만들었다.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돈을 벌기 위해 식당을 한다. 누군가를 위해 칼국수를 만들고 김치를 담근다. 어린 딸은 어릴 때는 잘 모르다가 커서 알게 된다. 어머니가 쥐고 음식을 하던 칼자국이 딸 몸속에 새겨졌다고, 그러니 어머니를 기억하는 것은 칼이고 무수히 많은 칼자국은 인생 같은 거라고.

뭘 먹어도 제대로가 아니어서 아쉬움이 남고, 배부르게 먹어도 허기지는지 사실 나는 안다. 예컨대 나는 엄마 맛이 그리운 것이다. 엄마가 해주던 맛을 똑같이 느끼고 싶은 거다. 내 몸속에 각인된 엄마 맛을 맛보고 싶은 거다. 엄마는 뭐든 뚝딱 만들어내곤 했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그 계절에만 하는 먹거리가 상에 올랐다. 맛조개무침은 초여름에, 민물잡고기조림은 가을이 시작될 때, 가을의 절정에는 호박이나 무를 깐 갈치조림이, 겨울에는 자반무침과 구운 김과 간장이, 제사 다음 날은 짚풀에 돌돌 말아 찐 낙지가 상에 올랐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지만 붉은 토하젓을 밥에 비벼먹던 기억은 특히 강렬했다. 이런 음식은 이제 기억 속에만 있다. 먹을 수는 있지만 엄마가 해주지 않아서다. 무얼 먹어도 그저 그럴 때, 이 음식을 그리워하는 것에서 나는 위안을 받곤 한다.

그러면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고 가족과 함께한 액자 안의 추억이 자동으로 떠올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한참 동안 행복에 잠긴다. 과거로 돌아가 엄마가 해준 음식을 상상하고 그리워만해도 어느 정도 위로가 된다. 머릿속을 헤집으며 엄마가 해주던 음식을 떠올리며 군침을 삼키다 보면 참을 수 없이 먹고 싶다가 차차 대리만족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어릴 때 먹었던 따뜻한 음식의 기억은 평생 지속적이고 그러므로 뭘 먹을까 고민하는 시간은 참 행복한 것 같다.

조화진(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