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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마산해수청, 신축 여객선터미널 떠넘기기

섬 3곳에 지어놓고도 8개월째 방치… 주민·여행객, 땡볕·빗속 대기 여전

마산해수청 “지자체 관리 맡아야”

기사입력 : 2020-07-02 21:23:28

통영시와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이 통영의 섬 3곳에 여객선터미널을 새로 지어 놓고도 관리 책임을 서로 미루느라 수개월째 문조차 열지 않고 방치해 두고 있다.

2일 통영 한산도 주민 등에 따르면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한산도 제승당과 비진도 외항, 소매물도 3곳에 총사업비 22억원을 들여 여객선터미널을 신축했다.

새로 지은 여객선 터미널에는 매표소와 대합실 외에도 매점, 화장실 등 여객선 이용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설치됐다.

그동안 이곳 섬 주민들은 여객선터미널이 없어 비오는 날에도 도로나 접안부두 옆에서 여객선을 기다리는 등 불편을 겪어 왔다.

하지만 이 여객선 터미널은 신축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개장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월 준공된 소매물도 여객선터미널. 여전히 접근이 차단돼 있다./독자/
지난 1월 준공된 소매물도 여객선터미널. 여전히 접근이 차단돼 있다./독자/

터미널을 조성한 마산지방해양수산청과 해당 지자체인 통영시가 관리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바람에 개장을 위한 관련 행정절차가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은 통영시가 터미널 관리를 위임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통영시는 소유권은 주지 않으면서 관리 책임만 지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기관은 지난 수개월 동안 이 문제를 놓고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국유재산관리법에 따라 소유권을 넘겨주고 싶어도 넘겨줄 방법이 없는데 통영시가 소유권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관리 지자체가 사용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데도 통영시는 관리책임을 맡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터미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대책 없이 남의 재산 관리만 맡을 수는 없다”며 “관리를 위임받게 되면 유지보수 등 관련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시의회를 설득할 명분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관리책임을 놓고 벌이는 두 기관의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섬 주민들과 여객선이용객들은 신축된 터미널을 눈앞에 뻔히 보면서도 땡볕이나 빗속에서 여객선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주민 A씨는 “통영시와 마산지방해수청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며 “돈 들여 터미널 지어놓고도 사용하지도 못하는 데 차라리 안 지은 것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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