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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론화로 신설 결정한 ‘서부경남 공공병원’

기사입력 : 2020-07-05 20:11:48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은 지 7년 만에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이 사실상 결정됐다.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협의회 도민참여단이 지난 4일 합의문을 통해 진주·남해·하동 중 한 곳에 병원 신설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론화운영위는 7월 중으로 경남도에 정책 권고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한다. 입지는 추후 결정되겠지만 공공병원 신축 방침은 확정됐다고 할 수 있다. 김경수 지사도 이날 도민참여단의 결정은 어떤 정치적 변화도 뒤집지 못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서부경남 공공병원은 폐업된 진주의료원의 복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방안을 도민참여단이 공론화 방식으로 결정한 것은 의미가 있다. 지역 주민들이 숙의하고 토론을 거친 후 공공병원 신설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부각된 시기에 공론화가 진행됐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서부경남 공공병원은 단순히 없어진 진주의료원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 취약지역의 공공의료 시스템 구축에 있다는 점에서다. 진주·사천·남해·하동·산청 등 5개 시군별로 20명씩 참여한 도민참여단의 95.6%가 공공병원 신설을 지지했지만 병원 설립이 필요한 이유로 의료진 진료수준 부족(38.3%), 응급 의료 시스템 부족(34%) 순으로 꼽았다.

이제 남은 것은 병원의 입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도민참여단이 진주 도심과 떨어진 3곳을 병원 후보지로 추천한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 진주는 경상대학교 병원을 비롯하여 병원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진주시의 공공의료 확충 과제로 종합병원간 협력체계 구축과 보건소·보건소간 역할 확대를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을 진주의료원 노조원의 투쟁 성과로 보는 시각을 무엇보다 경계해야 한다. 이번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 과정이 진주의료원 폐업의 역사를 치유하는 것으로 인식해서도 안 된다. 서부경남 공공병원 건립 목적은 의료 취약지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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