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가고파] 조지 플로이드가 남긴 것- 주재옥(경제팀 기자)

기사입력 : 2020-07-06 20:06:12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엔 다양한 동물 계층이 살아가고 있다. 토끼 ‘주디 홉스’는 경찰서 내 유일한 초식동물이다. 주디는 원하던 경찰이 되었지만 작고 연약하다는 이유로 육식동물에 밀려 주차 단속 업무를 맡게 된다. 하지만 미제 사건이었던 ‘육식동물 실종사건’을 해결하면서 초식동물의 편견에서 벗어나 당당한 경찰로 거듭난다. 〈주토피아〉에서 가장 무서운 건 육식동물의 포식 본능이 아니라 ‘편견 본능’이었다.

▼지난 4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모든 미국인에게 공공장소서 마스크를 쓰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오리건 주의 링컨 카운티는 백인 이외의 유색인종에게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런 결정이 나온 이유는 마스크를 쓴 유색인종이 범죄자로 오해받거나, 인종차별적 비난에 시달리는 경우가 잦아지면서다. 특히 아시아계의 경우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로 코로나 환자로 오해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울려 살면서도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차별받는 〈주토피아〉 세상과 비슷하다.

▼공권력 남용에 희생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지구촌 항의 시위가 인종차별과 연관된 역대 미국 대통령의 동상 철거로 이어지고 있고, 유엔은 미국 경찰의 폭력 시위 진압을 조사하는 위원회 설치를 논의 중이다. 금융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는 인종적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 구호는 이제 차별과 불평등 철폐의 상징이 되고 있다.

▼최근 인도 남부에서 코로나 봉쇄 조치를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의 고문을 받은 아버지와 아들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판 조지 플로이드’란 말이 나오면서 인도 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면 할수록 서로의 차이를 더 포용하게 될 거에요’라는 〈주토피아〉 속 대사처럼,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다양성의 차이를 인정하는 시선이 먼저다. 차별과 편견이 가치관과 신념으로 굳어지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주재옥(경제팀 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주재옥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