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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회고록 ‘판문점의 협상가’

학자 머리·행정가 눈·시민 가슴으로 본 북한

기사입력 : 2020-07-08 08:00:40

학자의 머리, 행정가의 눈, 시민의 가슴으로 북한을 바라본 평생의 기록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인 정세현씨가 지난 40여년간 남북관계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회고록.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태어나 해방 후 풍찬노숙하며 아버지 고향으로 돌아와 반항기 넘치는 청소년기를 거쳐 촉망받는 국제정치학도로 자라난 이야기부터, 연구자와 공무원 사이에서 갈등하던 청년기에 특별한 계기를 통해 남북문제 한복판에서 해법을 제시하는 협상가로 자리매김하는 과정까지를 여러 에피소드 속에서 소개한다. 특히 1990년대 북핵 위기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거쳐 2000년대 6자 회담 때 통일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당대 한반도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헤쳐 온 여정은 이 책의 백미다. 여전히 현역으로 남북문제의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저자는 책을 통해 분단체제 아래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지침을 제시한다.

회고록이라 해 흘러간 이야기를 되짚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과거의 경험으로 얻은 지혜를 통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바로 보며 앞을 생각하게 한다.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이때에 평생 북한을 마주한 ‘현인’의 지혜가 우리에게 더욱 무겁고도 값지게 다가온다. 하지만 한국전쟁 발발 70년이자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 20주년에 맞춰 출간했으나,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씁쓸하게 한다.

박인규 대담, 창비, 688쪽, 3만원.

정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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