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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기승전 입시- 박재범(시인)

기사입력 : 2020-07-09 19:20:14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최근 발간한 ‘2020 자살예방백서’에 관한 보도에 따르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자살률은 올해도 1위다. 특히 청소년들의 사례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관련 보도는 코로나19 상황에 묻혀 지나갔지만, 교직에 있는 동안 우리 학생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이 가장 가슴 아팠던 나로선 다시 대한민국 교육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 교육은 흔들림 없이 ‘기승전 입시’다. 사상 초유의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하자 입시 일정의 차질에 따른 불안이 급속도로 증폭되었고, 학생 간 감염이라는 극도의 우려와 긴장 속에서도 고3부터 등교 수업이 시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대입이 얼마나 전 사회적 중대사인지를 코로나19 사태가 여실히 드러내주었다.

대한민국의 입시가 어떤 입시인가. 소위 ‘일류대’를 시작으로 심각하게 서열화된 대학 입학을 위한 입시다. 그리고 그것은 곧 근대화 이후 고착화된 학벌계층사회에서 최소한 중간 이상의 계층에 몸을 담아 신분과 자본으로 인한 차별과 무시를 피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그런 입시다. 이런 입시에 어찌 학생, 학부모들이 숨막히는 고단함과 스트레스, 정서적 황폐화 속에서도 목숨 걸듯 ‘올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학교 현장에서 절감한 사태 인식을 강조하자면, 이런 입시 교육 문제가 혁신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미래는 없다. 그리고 더 힘주어 강조하고 싶은 건 우리 사회에 공고화된 학벌계층구조로 인한 삶의 극심한 차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교육 혁신은 불가능하다.

긴 세월 동안 변화를 위한 수많은 새로운 교육 방식들이 도입되었고 입시 정책도 수없이 바뀌었다. 하지만 아무리 현장에서 그 취지를 살려보려 안간힘을 써도 결국은 언제나 학교 현장의 파행과 학생, 학부모의 혼란만 가중되는 결과로 귀결되고 만다. ‘기승전 입시’는 ‘기승전 학벌’이 같이 변화되지 않는 한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금도 늦었지만, 이제 더 늦기 전에 바뀌어야 한다. 더 적극적이고 의지적으로 학벌사회구조의 벽부터 허물어가는 노력을 전 국가적 차원에서 해나가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일자리 창출 노력과 함께, 명실상부한 블라인드 심사 등을 통해 자질과 능력 중심의 인재 채용 시스템이 확고하게 자리 잡게 해야 한다.

또한 각종 사회적 격차와 차별의 해소 노력을 통해 학벌 이외의 다른 사회적 사다리들도 만들어져서 우리 사회에 학벌과 자본의 세습이 아니어도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교육도 달라질 수 있다.

극심한 양극화, 인간적 도의의 추락 등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심각한 사회 문제 전부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길러내는 일이 교육이다. 그러니 학생이 행복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박재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