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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없어지고 감각 잃어도… 알면 덜 무서운 ‘마취’

마취 대표적인 방법과 과정

어떤 수술에도 적용 가능한 ‘전신 마취’

기사입력 : 2020-07-12 22:25:12

만약 내가 곧 수술을 받는다면…. 생각만 해도 무섭고 긴장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평균 수명의 연장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한 사람이 일생 동안 크고 작은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일반인들에게는 수술실 너머의 공간은 막연한 두려움의 세계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어떤 대상에 대한 두려움은 그것을 잘 모른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수술장 입구에서부터 마취, 수술을 받고 회복실로 갈 때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대략 알게 된다면 불안감은 훨씬 줄어들 수 있다.


◇마취 방법

먼저 마취라는 것에 대해 알아보자. 흔히 마취를 단지 통증을 지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전문 영역으로서의 ‘마취’는 그보다 광범위한 개념으로, ‘수술 전반에 걸친 환자의 안전에 대한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마취 방법이 적용되든 수술을 받는 환자의 혈압, 산소포화도 등 생체 징후의 변화를 최소화하고 집도의가 최선의 수술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전신 마취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마취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전신 마취(general anesthesia)’가 있다. TV에 방영되는 의학 드라마 등에서 수술 장면이 나오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마취 방법으로, 환자는 완전히 잠이 들어 있고 입에는 긴 튜브가 삽입돼 있으며 그 주변으로 각종 모니터 장비와 마취 기계들이 복합하게 펼쳐져 있는 장면들…. 아마 꽤 익숙할 것이다. 이름만큼 어떤 수술에도 적용 가능한 기본적인 방법이지만 그만큼 위험한 상황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고 또 준비할 것도 많다.

우선 환자가 수술실로 들어오게 되면 수술 침대로 옮긴 후 심전도, 혈압계 등 각종 감시 장치를 환자에게 부착하게 된다. 곧이어 프로포폴과 같은 약물을 투여해 환자를 잠들게 하고 근육을 이완시키는 근이완제를 투여해 환자가 스스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든다. 수술 중 환자가 갑자기 움직인다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근육 이완은 마취의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근이완제가 효과를 보이면 환자는 자발 호흡을 멈추게 되고 이때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기관 내 튜브라고 하는 긴 관을 환자의 입에 삽입해 환자의 기도를 확보한다. 언뜻 보기엔 쉬워 보이는 과정이지만 반복된 훈련을 통해 숙달되지 않으면 환자의 치아 손상 및 기도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 후 기계 호흡 장치를 연결하고 마취의 효과를 지속시켜 주는 가스를 공급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마취 유도(induction) 과정으로, 비유하자면 비행기의 이륙과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준비를 마친 상황에 집도의가 수술을 시작하게 되면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진통제 등 여러 약제들을 사용해 수술 중인 환자를 관리한다.

창원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동욱 과장이 수술 환자를 마취하고 있다./창원파티마병원/
창원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동욱 과장이 수술 환자를 마취하고 있다./창원파티마병원/

◇척추 마취

전신 마취 외에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척추 마취 (spinal anesthesia)’가 있다. 흔히 하반신 마취라고 알고 있는 분이 많고 또 실제 하지의 수술을 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치핵이나 탈장 등 회음부, 하복부의 수술뿐만 아니라 심지어 임산부의 제왕절개까지도 척추 마취를 통해 시행 가능하다.

척추 마취를 받는 환자의 경우 수술 침대에서 옆으로 눕혀서 시작한다. 이때 무릎을 굽혀 배 쪽으로 당기고 고개를 숙여 허리를 새우등처럼 구부리게 된다. 그 자세에서 허리의 척추 사이 공간에 주사를 맞게 되고 이후 배꼽 아래쪽으로 따뜻하며 저릿한 이상 감각을 느끼게 된다. 이 방법의 장점은 환자의 의식이 명료한 상태이기에 이상 상황 발생 시 바로 의사가 인지할 수 있으며, 환자 스스로 호흡을 유지할 수 있어 기계 호흡으로 인한 폐 합병증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수술이 끝난 이후에도 진통 효과가 남아 있어 환자의 만족감을 높여 준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임산부의 제왕절개에도 척추 마취로 진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 경우, 산모가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을 인지하고 함께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물론 척추 마취라고 해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안감이 과도한 환자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어 이런 경우 마취 시행 후 진정제를 투여해 적절한 수면 상태로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항응고제 등 약물 복용한 이력이 있는 경우 출혈 경향으로 인해 경막외 혈종 등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노인분들 중 척추 측만증과 같은 골격 구조의 변형이 심한 경우에는 시행하지 못할 수 있다.

◇상완신경총 마취, 수면 마취

그 외에도 수술실에서 적용 가능한 마취 방법에는 팔 수술을 위한 상완신경총 마취(목이나 쇄골 위, 또는 겨드랑이 부위에 마취제를 주사함으로써 팔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방법), 간단한 수술이나 내시경 등 시술을 할 때 사용하는 수면(진정) 마취 등이 있다. 물론 모든 경우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은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며 위험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친 후 수술실을 나왔다고 해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회복실 안에서 환자의 안정적인 자발 호흡, 의식 회복, 근육 기능의 회복을 관찰하게 되며 환자가 통증을 호소할 경우 그에 맞게 진통제를 처방하게 된다. 개인에 따라 회복실에 머무르는 시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게 30~40분 정도 머물다가 그 후 병동으로 가도 되겠다고 의사가 판단하면 최종적으로 수술장을 나가게 된다.

마취는 겉으로 보면 굉장히 안정적으로 평화로운 과정인 듯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각종 돌발 상황을 대처하고 있는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의 숨은 노력이 있다. 앞서 설명한 마취나 수술과정에 대해 이해하고 혹여나 수술을 받을 일이 생기더라도 의료진을 믿고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준비하길 바란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도움말= 창원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동욱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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