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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획] 온라인 중고마켓 활용하기

질릴 때도, 지를 때도 여기로 와

코로나 장기화로 ‘불황형 소비’ 중고거래 증가세

기사입력 : 2020-07-13 20:09:45

#요가 강사 오재영(창원시 성산구·35)씨. 그동안 미뤄뒀던 집안 정리정돈을 시작하면서 사 놓고 한 번도 입지 않은 요가복을 발견했다. 그냥 버리기 아까웠다. 평소 자주 이용하던 ‘당근마켓’에 팔기로 결정했다. 글 올린 지 10분도 안 돼 판매 문의 댓글이 올라왔고, 1시간 만에 요가복을 팔 수 있었다.

#직장인 김성준(창원시 진해구·38)씨는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평소 유튜브로 기타 동영상을 자주 챙겨보던 성준씨.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기타를 배우기로 맘먹었다. 하지만 기타 가격이 비싸 망설여졌다. 결국 새 제품 대신 중고를 사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중고나라’서 맘에 드는 기타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미니멀 라이프의 열풍으로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할 수 있는 ‘중고’ 거래가 뜨고 있다.


◇‘불황’ 먹고 자란 ‘중고 거래’= 새삼 ‘중고 거래’가 뜨는 이유는 뭘까.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를 통해 중고는 ‘저성장이 악화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이자 ‘나름의 수입 속에서 적게 쓰지만 만족은 크게 얻으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불황형 소비’의 대표적인 현상 속에서 ‘중고 거래’의 즐거움과 실용을 추구하는 이들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다. 덩달아 온라인 중고거래도 급성장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가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중고 거래 앱 월간 순 이용자수(MAU)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 이후인 지난 3월 기준 약 492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약 298만명) 대비 65.7% 급증했다.

대표적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지난 5월 이용자수 680만명을 기록하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쇼핑앱에 이름을 올렸다.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을 지니며 철저히 동네 거래를 표방했다. 거래 건수는 지난 1월 400만건에서 800만건을 넘나드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 시 가장 큰 고민거리인 사기를 철저히 방지해 인기를 끌었다. 자신의 위치에서 6km 이내에 있는 거래자와만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시장을 키워낸 ‘중고나라’도 있다. ‘중고나라’는 2003년 12월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2016년 처음으로 모바일 앱을 선보였다. ‘중고나라’의 가장 큰 경쟁력은 어마어마한 규모다. 장장 17년에 걸쳐 쌓아온 사용자 수와 거래량은 중고나라의 가장 큰 자산이다.

‘중고나라’ 지난해 거래액은 4조원에 달한다. 순수 거래액만으로는 ‘당근마켓’(7000억원)보다 훨씬 크다. 여기에 모바일 앱 회원 800만명 카페까지 포함하면 2500만명에 육박하는 회원 수를 보유했다.

‘번개장터’는 올해 1분기 거래액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번개장터의 1분기 거래액은 36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1020세대 사용자 비율이 월등히 높은 점이 특징이다. 당근마켓이 17.8%, 중고나라가 26.7%인데 반해 번개장터는 37.8%로 1020세대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 밖에 특정 분야의 전문 중고거래 플랫폼 역시 마니층을 확보하며 탄탄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상품권 중고거래 전문 앱 ‘팔라고’는 20~40대 여성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명품 전문 중고거래 앱 ‘필웨이’, 육아용품 전문 중고거래 앱 ‘땡큐마켓’도 있다.

◇다양한 방식의 중고 거래= 중고 거래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렴한 가격만 보고 덜컥 돈을 부쳤다간 사기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중고나라 ‘우리동네 경남’에 접수된 피해 사례 3건 중 2건이 상품 미발송이었고, 나머지 한 건은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한 사기였다. 중고나라와 번개장터의 경우 사기 이력 조회가 가능하니 확인 후 거래하면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요즘에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협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돈과 물건을 주고받는다. 대표적인 거래 방식은 상품 금액 입금 후 직접 만나서 물건 받기, 상품 금액 입금 후 택배로 물건 받기, 현장에서 물건 받아 상태 확인 후 상품 금액 입금하기, 물건을 택배로 받고 상품 금액을 입금하는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중고마켓 200% 활용하려면= 나에게 필요한 중고제품을 잘 찾아내고 파는 방법은 없을까. 10년차 현직 마케터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옆집 아들’을 참고해 중고마켓을 200%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첫 번째, 제품 노출이 잘 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과 조건도 사람이 봐야 거래가 성사되는 법이다. 예를 들어 팔고자 하는 제품의 제목을 단순히 ‘원피스’라고 적는 것보다 ‘봄맞이 꽃무늬 원피스, 5000원으로 인생샷 남기세요’라고 남겨야 호기심이 생겨 한 번이라도 둘러보게 된다. 모델명이 있는 전자제품의 경우 구체적인 키워드(제품명, 넘버 등)를 써야 효과적이다. 주부들이 가장 한가한 오전 10~12시나 직장인들이 그나마 여유 있는 오후 3~5시에 올리면 노출될 확률이 좀 더 높아진다.

두 번째, 미리 보기가 많아야 한다. 직거래를 전제로 하는 중고 거래의 경우 입어보고 사지 않기란 어렵다. 사진이 많을수록 사는 사람의 부담이 적다.

세 번째, 구매자의 상상력을 자극해야 한다. 당장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이거 정도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제품이 간혹 있다. 예를 들어 ‘고기 굽는 그릴’은 집에서 활용하기 어렵지만 ‘캠핑용’이라는 문구만 하나 붙이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유도할 수 있다. 그 순간 그릴은 ‘불편한 애물단지’가 아니라 ‘핫 아이템’으로 변신할 수 있다.

네 번째, 가격이 저렴해야 산다. 포인트는 원가 대비 싸야 한다는 점. 구매자들은 단순히 물건가격이 5000원인 것보다 파격 할인해 5000원에 산 것에 더 매력을 느낀다. 판매 가격은 구매가의 40~50%선이 적당하다.

다섯 번째, ‘덤’도 경쟁력이다. 거래할 물건만 주기보다 작은 선물도 덤으로 준다면 물건 받고 가는 내내 기분이 좋아진다. 포스트잇에 덕담 하나 적는 것도 팁. 적는 게 귀찮다면 직접 만나 말 한마디로 고마움을 전해보자. 작은 경험이 서로를 행복하게 하고 다음 거래를 기대하게 된다.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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