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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학원 못보낼 때 가슴 찢어졌죠”

STX조선지회 가족대책위 회견

“노동자, 일터 돌아가게 도와달라”

기사입력 : 2020-07-13 21:15:33

“언제가 제일 힘드셨나요?”

“2년간의 무급휴직 동안 가장 힘겨웠던 순간은 턱밑까지 옥죄어 오는 대출 압박감이나 보험을 해약할 때의 허탈함보다 아이들이 원하는 학원을 돈이 없어 보내 주지 못해 끊어야 할 때였죠. 참담했습니다.”

“어디 저희 가족뿐이겠어요. 다들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날에 월급이 들어오는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지 이미 오래입니다. 남편들은 일용직 일자리라도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다닐 수밖에 없지요. 그래도 힘들어 아내가 직접 낮에는 아르바이트,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기도 합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 그렇게 하루를 열흘 같이 힘들게 버텨왔습니다.”

13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STX조선지회 가족대책위원회 김미연 회장이 “우리가 원하는 평범한 하루가 그토록 잘못된 일입니까”라는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김승권 기자/
13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STX조선지회 가족대책위원회 김미연 회장이 “우리가 원하는 평범한 하루가 그토록 잘못된 일입니까”라는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김승권 기자/

굵은 장맛비가 쏟아진 13일 오후 2시.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대오 맨 앞에서 비옷을 입고 선 ‘용접노동자’의 아내 김미연(49)씨와 10여명은 착잡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하늘과 땅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들은 ‘STX조선지회 가족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한 데 묶인 ‘중형조선소 노동자’들의 가족이다. 2년간의 무급휴직을 끝마쳐 달라고 총파업에 나선 STX조선 노동자들이 점거농성, 삼보일배, 그리고 목숨을 건 단식농성까지 하고도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이자 가족들이 ‘가장’을 지키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것이다.

기자회견 직후 만난 김씨는 “‘그래도 고통이 끝나겠지’라고 생각하며 6개월 출근, 6개월 무급휴직을 감수하면서 2년을 버텼는데, 이제 희망퇴직을 말하며 일터를 떠나라고 한다”며 “형편이 어려워 이미 퇴직금을 다 당겨쓰고도 그동안 쌓인 빚에 못 이겨 희망퇴직을 하려는….”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사람을 살려주십시오. 끼니를 끊고 단식에 들어간 사람이 생존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일터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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