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가고파] 함안 무진정(無盡亭)- 이명용(의령함안본부장·부장)

기사입력 : 2020-07-14 20:18:58

아름드리 고목에 둘러싸인/ 천여 평의 아담한 연못은/ 조그만 섬과 돌다리가 운치를 더하고/ 주세붕 선생의 기문은 백미로다// 점점이 불타는 숯가루/ 바람에 날리고 연못에 비치니/ 사월 초파일 낙화놀이는/ 정녕 인간세상이 아니어라. 함안군 함안면에 위치한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정자인 무진정을 노래한 시다. 국내 조선 선비문화로 대표되는 정자 하면 함양의 화림동 계곡 일대의 정자를 주로 떠올린다. 하지만 무진정도 자연과 우리나라 정자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진정은 조선시대 문신인 무진 조삼 선생이 자신의 호를 따라 1542년에 직접 지은 정자로, ‘즐거움에 다함이 없는 집’ 등의 뜻을 담고 있다. 지붕은 옆면이 여덟 팔자 모양과 비슷한 팔작지붕의 형태이고 전체적으로 단순, 소박한 조선전기 형식을 보여준다. 무진정 앞에는 3300여㎡에 달하는 아담한 연못이 있고, 이 연못 안의 섬을 홍예교라는 돌다리로 연결해 운치를 더한다. 무진정 안에는 신재 주세붕 선생이 쓴 기문도 걸려 있다.

▼무진정에서는 매년 4월 초파일이면 낙화놀이라는 민속놀이도 열린다. 조선 중엽부터 시작된 낙화놀이는 참나무 숯가루를 한지에 싸서 댕기머리처럼 엮은 낙화봉을 줄에 매달아 불을 붙이는 방식이다. 숯가루 불꽃이 꽃가루처럼 무진정 연못 위로 바람에 흩날리는 풍경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국내 무형문화재 가운데 불놀이 문화로는 최초로 문화재로 지정된 행사로, 1985년 현재의 형태로 복원됐다.

▼함안군이 유·무형문화재를 결합해 지역 대표 관광명소이자 체험관광의 거점으로 개발하기 위한 ‘무진정 문화관광자원 개발 및 함안낙화놀이 전수교육관 건립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근 문화재를 결합해 문화유적 탐방과 다양한 체험거리를 마련하는 방식을 꾀하고 있다. 올 연말이면 새로운 모습으로 드러날 무진정 일대가 함안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대표적인 체험관광 명소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이명용(의령함안본부장·부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명용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